연인 사이에서 '그만' 신호 후 10초 더…'순간의 망설임'이 부른 강제추행 논란
연인 사이에서 '그만' 신호 후 10초 더…'순간의 망설임'이 부른 강제추행 논란
과거 성관계 가졌어도 거부 의사 후 접촉은 유죄 가능성… 법조계 '성적 자기결정권은 매 순간 존중돼야'

연인 사이라도 상대방이 '그만'이라는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신체 접촉을 계속하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연인 사이 스킨십, '그만' 신호 무시하면 강제추행 될까?
과거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여성과 차 안에서 스킨십을 나누던 한 남성. 분위기가 무르익던 순간, 여성의 입에서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남성은 약 10초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짧은 순간이 그를 성범죄 피의자로 만들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10초의 침묵, 애정 표현과 범죄의 경계선
최근 한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온 사연이다. 질문을 올린 남성은 "몇 차례 성관계를 한 사이"라며 "차량에서 키스하고 가슴을 만졌고 처음엔 거부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는 "상대 여성이 그만하라고 한 후에 10초 정도 가슴을 더 만졌다"며 "이후 여성이 기분 나쁘다며 연락을 차단했는데, 죄가 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애정 표현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는 짧은 순간. 하지만 법의 잣대는 달랐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 10초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했을 때 성립하는데, 여기서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모든 유형력의 행사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만장일치 "거부 의사 후 접촉, 명백한 범죄 소지"
변호사들의 의견은 단호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그만하라고 했음에도 10초 정도 만진 것은 강제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그만하라'는 명시적인 거부 의사 표시 이후에도 10초간 추가로 신체 접촉을 한 부분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구체적인 판례까지 제시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거부 의사 이후 지속된 신체 접촉을 강제추행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법적 책임의 무게를 경고했다. 과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는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과거는 면죄부 아니다…법원 "동의는 매 순간 새로워져야"
법률 전문가들이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핵심 가치 때문이다. 과거 성관계에 동의했더라도, 그것이 미래의 모든 성적 접촉에 대한 '백지수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는 '매 순간'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비록 이전에 합의된 관계였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거부 의사를 무시한 행위는 강제추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며 이전 관계를 근거로 한 안일한 생각을 경계했다.
짧은 시간·이전 관계, 정상 참작될까?
물론 남성에게 유리한 정황도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중단 요청 직후 즉시 멈추지 않은 시간이 매우 짧고, 이후 추가적인 시도 없이 중단하신 점은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초라는 짧은 시간, 초기에는 합의가 있었다는 점, 이후 추가적인 강제력이 없었다는 점 등은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는 처벌 수위를 낮추는 '양형'의 문제일 뿐, 범죄 성립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19년차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명시적인 거부 의사 이후에 가슴을 추가로 만졌으므로 고소될 경우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합의하여 처벌 수위를 낮춰보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결론적으로 법조계는 '그만'이라는 신호를 절대적인 중단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순간의 망설임이나 안일한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법적 책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