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 빚더미, 장례비 1000만원이 '신의 한 수' 된 사연
돌아가신 아버지 빚더미, 장례비 1000만원이 '신의 한 수' 된 사연
상속재산 300만원인데 장례비 1000만원...빚 갚을 돈 없다면?

장례비가 상속재산을 초과한 경우, 장례비는 일반 채무보다 우선 변제되는 상속 비용이므로 채권자에게 갚을 돈이 남지 않는다. / AI 생성 이미지
물려받을 재산은 300만 원뿐인데 장례비로 1000만 원을 썼다면 남은 빚은 어떻게 될까?
아버지가 남긴 빚더미에 '한정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청산 절차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상속인에게 법률 전문가들이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장례비는 일반 빚보다 우선 변제되는 상속 비용”이라며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장례비를 썼다면, 채권자에게 줄 돈은 한 푼도 남지 않으므로 빚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과 사라진 자동차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빚만 남기고 떠난 아버지...한정승인 후 '멘붕'
올해 3월, A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해 결정을 받았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빚을 갚는 제도다.
이걸로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지만, 뒤늦게 '청산 절차'라는 또 다른 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막막한 심정으로 A씨가 파악한 아버지의 재산은 세 가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부터 경매가 진행 중이던 부동산, 행방이 묘연해진 자동차 한 대, 그리고 약 300만 원의 금전 채권이 전부였다.
문제는 장례식 비용으로 무려 1000만 원이 들었다는 점이다. 법무사는 300만 원을 채권자들을 위해 법원에 맡겨 두라고 (변제공탁) 했지만, 장례비도 못 치른 마당에 빚잔치를 해야 하는 건지 A씨는 혼란에 빠졌다.
'장례비 1000만원'이 구세주?…"빚 갚을 돈 없다"는 변호사들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의외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1000만 원 장례비'가 열쇠였다.
법률상 장례비는 일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되는 '상속 비용'에 해당한다. 홍현필 변호사(변호사 홍현필 법률사무소)는 "판례상 합리적인 범위 내의 장례비용은 상속비용에 해당하여 일반 상속채무보다 최우선으로 변제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출된 장례비 1000만 원은 적극재산인 금전채권 300만 원을 초과하므로, 상속인은 이 300만 원을 장례비 충당에 우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자들을 위해 변제공탁을 진행할 필요가 없으며, 채권자들에게 상속비용 지출로 인해 배당할 잔여 재산이 없음을 알리면 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고준용 변호사(법무법인 도모) 역시 "천만 원 규모의 장례비가 증빙 가능하다면, 금전 채권 300만 원은 이 비용으로 우선 충당되어 소멸하므로 별도의 변제 공탁은 불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상속재산 300만 원은 장례비의 일부를 치르는 데 사용됐으므로,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돈은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경매 중인 부동산, 사라진 자동차…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남은 재산인 부동산과 자동차 처리법도 간단했다. 변호사들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부터 진행되던 부동산 경매는 A씨가 관여할 필요 없이 그대로 두면 된다고 조언했다.
조상우 변호사(법무법인 우선)는 "생전부터 진행되던 임의경매는 그대로 진행시키시고, 상속에 따른 채무자 표시 변경만 처리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경매 후 은행 등 담보권자들이 돈을 나눠 갖고 남는 금액이 있을 때만, 그 돈이 상속재산이 된다. 행방이 묘연한 자동차의 경우, 이미 법원 결정문에도 '소재 불명'으로 명시된 만큼 무리하게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원모 변호사(새올법률사무소)는 "상속재산목록·청산자료에 ‘차량(등록정보), 소재불명’으로 기재하고, 등록원부·보험·주차/견인·압류 여부 등 확인 노력 기록을 남긴 뒤, 현 단계에서는 환가 없이 나머지 재산으로 청산을 진행하셔도 됩니다(추후 발견 시 별도로 환가·추가청산)"라고 말했다.
'뒤늦은 청산'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내용증명부터 보내라
전문가들은 A씨가 청산 절차를 뒤늦게 알았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채권자들에게 '빚을 신고하라'고 알리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다.
강원모 변호사는 "'청산 종료 후'가 아니라, 청산 시작 시(공고와 함께)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채권신고 최고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는 방식이 맞습니다(종료 통지는 필수는 아니나, 정산내역 보관은 권장)"라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이 내용증명에 '상속재산인 300만 원은 장례비로 모두 충당되어 배당할 재산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면 된다.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는 법원에 별도로 보고할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채권자가 소송을 걸어올 경우에 대비해 한정승인 결정문, 장례비 영수증, 내용증명 발송 기록 등 모든 관련 서류를 철저히 보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