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시 재산 80%' 각서, 남편 변심하면 휴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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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 재산 80%' 각서, 남편 변심하면 휴지조각?

2026. 03. 27 12:3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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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 전제된 공정증서, 재판 가면 무효될 수도…전문가 경고

이혼 전 '위자료 및 재산 80% 지급' 등을 약속하는 공정증서는 협의이혼 시에만 유효하며, 재판으로 갈 경우 효력을 잃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남편의 두 번째 외도로 이혼을 고민하던 A씨. 자녀를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대신 '이혼 시 위자료 5천만 원, 재산 80% 지급'을 약속하는 공정증서 작성을 고려 중이다.


이 문서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남편이 마음을 바꿔 재판으로 갈 경우, 재산분할 약정은 효력을 잃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믿었던 약속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공정증서의 두 얼굴, 그 실체와 활용법을 파헤쳤다.


'마지막 기회'의 대가, 완벽해 보였던 안전장치


남편의 두 번째 유책 행위(유흥업소 방문 등)를 발견한 A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를 생각해 당장 이혼 도장을 찍는 대신, 남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물론 조건이 있었다. '1년 뒤에도 아내가 원하면 협의 이혼한다'는 전제 아래, 남편의 유책을 명시한 '이혼 합의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위자료 5천만 원 ▲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공동재산의 80%를 아내에게 지급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 월 500만 원 지급 등 A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A씨는 이 공정증서가 미래의 위험을 막아줄 든든한 법적 방패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변호사에게 그 실효성을 물었다.


"'협의이혼' 깨지면 무효"…법원의 냉정한 잣대


전문가들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A씨가 믿었던 공정증서는 '협의이혼'이라는 조건이 성립될 때만 유효한 '조건부 계약'이라는 것이다.


만약 1년 뒤 남편이 약속을 뒤집고 협의이혼을 거부해 '재판상 이혼'으로 이어진다면, 이 공정증서는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58804 판결) 역시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전제로 재산분할 협의를 한 경우, 재판상 이혼에 이르면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YH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이혼을 요구하는 시점에 지급'이라는 조건부 변제기일은 판례상 이혼이 실제로 성립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며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재판이혼으로 진행될 경우 공정증서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지조각 아닌 '최강의 무기'로 쓰는 법


그렇다면 A씨의 공정증서는 아무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할까? 그렇지는 않다. 비록 재판에서 재산분할 80%라는 조항이 그대로 강제되지는 않더라도, 이 문서는 남편의 유책을 스스로 인정한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사전 재산분할 약정으로서의 완전한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해당 문서는 남편의 유책 사유를 자백받고 책임을 묻는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매우 강력한 증거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재판부가 위자료 액수나 재산분할 기여도를 판단할 때, 남편이 과거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를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게 되어 A씨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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