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만 꿈꾸던 말년 병장, 500만원 빚에 '사기꾼' 낙인 찍히나
전역만 꿈꾸던 말년 병장, 500만원 빚에 '사기꾼' 낙인 찍히나
동료 돈 빌려 '돌려막기'…법조계 “명백한 사기, 합의가 유일한 탈출구”

전역을 코앞에 둔 A병장이 동료에게 빌린 500만원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역 선물은 '빨간 줄'? 500만원에 발목 잡힌 말년 병장의 눈물
전역을 코앞에 둔 병장이 동료에게 빌린 500만원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사회로 나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순간의 거짓말과 채무 돌려막기였다.
전역 선물은 '빨간 줄'?…500만원에 무너진 꿈
말년 병장 A씨의 악몽은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부대 동료에게 "급한 곳에 써야 한다"는 취지로 5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었다. A씨는 빌린 돈을 다른 빚을 갚는 '돌려막기'에 쓰고, 나머지는 유흥비로 탕진했다.
약속한 변제일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못하자, 동료는 결국 군사경찰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곧 전역인데 처벌을 늦추거나 줄일 방법이 없겠냐"며 절박함을 토로했지만, 상황은 그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변호사들 "변명의 여지 없는 사기"…왜?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사기죄'의 전형적인 요건을 충족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법상 사기죄는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상대를 속여 재물을 얻을 때 성립한다.
김진배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돈의 용도를 속이고 이를 다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면 명백한 '기망행위(상대를 속이는 행위)'"라며 "정황이 뚜렷해 혐의를 부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A씨가 돈을 빌릴 당시 고지한 용도대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 자체가 법정에서는 '속일 의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유일한 탈출구 '합의', 골든타임은 지금
A씨가 '빨간 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이 제시한 유일한 탈출구는 '피해 변제'와 '합의'다. 사기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범죄지만,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형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피해 금액 전액을 갚고 피해자로부터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는다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초범이고 피해액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바로 합의를 위한 '골든타임'인 셈이다.
"전역하면 끝?"…더 복잡해지는 법적 절차
A씨가 기대하는 '전역 후 시간 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형사 절차는 피의자의 신분 변화와 상관없이 계속 진행된다.
김영오 변호사(법무법in 중산)에 따르면, 군사경찰 수사 중 전역하면 사건은 민간 경찰서로, 군검찰 단계라면 민간 검찰청으로 이송돼 절차가 이어진다. 오히려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대 내 징계 절차가 먼저 진행될 수 있다.
만약 '군기교육대' 처분이라도 받게 되면 전역일 자체가 늦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전역의 꿈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의 첫발을 범죄 기록과 함께 내딛게 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