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 '살인 예고', 작성자는 '징역형'이라는 데…신고한 나도 경찰서에 또 가나?
에브리타임 '살인 예고', 작성자는 '징역형'이라는 데…신고한 나도 경찰서에 또 가나?
한 대학생의 112 신고에서 시작된 법적 딜레마. 신고자 추가 소환 가능성부터 작성자 처벌 수위까지, 변호사 3인이 명쾌한 답을 내놓다.

온라인 살인 예고 글 신고자가 추가 조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에브리타임 살인 예고, 신고자 경찰 출석 딜레마
"벌레들 다 찔러 죽이겠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섬뜩한 한 문장이 평범한 학생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 살인 예고 글을 발견한 대학생 A씨는 곧장 112에 문자로 신고했다. 잠시 후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진술서를 받고 게시물 캡처본을 확보해갔다.
시민의 의무를 다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A씨의 머릿속엔 불안한 질문 하나가 떠나지 않았다. '혹시 경찰서에 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장난 아닌 장난'…온라인 예고 글, 사회를 겨누는 흉기가 되다
A씨의 사례처럼 온라인 살인 예고 글은 더 이상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흉기가 됐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같은 끔찍한 범죄 이후, 유사 예고 글은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 실제 공포로 다가온다.
A씨는 시민으로서 용기를 냈지만, 생전 처음 겪는 경찰 조사와 진술서 작성에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 신고 이후의 절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신고자는 끝? 아니면 시작?…엇갈리는 변호사들 조언
A씨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는 '추가 소환 조사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게시물 캡처가 제출되었고 그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신고자가 이미 진술서를 작성하고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면,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없을 경우 경찰서에 출석할 필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범인 특정을 위한 충분한 단서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반면,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진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경찰서 조사관이 추후에 다시 신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며 "가해자를 확실히 처벌하기 위해서는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고자의 진술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장난 글' 하나에 징역형까지…법원의 엄중한 경고
신고자의 추가 조사 여부와 별개로,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 대한 처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법원은 이런 행위를 단순 협박(형법 제283조, 3년 이하 징역)을 넘어, 경찰력 낭비를 초래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적용해 엄단하는 추세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공무원의 구체적인 직무 집행을 방해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살인 예고 글로 인해 경찰 특공대나 군인이 출동하는 등 불필요한 공권력이 동원되면 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의 판단은 단호하다. 춘천지방법원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피고인에게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과 공포심을 야기했다"며 협박죄를 인정했다. 대전지방법원 역시 폭발물 설치 예고 글로 경찰과 군인이 출동하게 만든 사건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 허위 신고로 인한 공권력 낭비에 철퇴를 가했다. '장난이었다'는 변명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경고다.
당신은 '참고인'일 뿐,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A씨는 범죄 사실을 알린 '신고자'이자 수사 과정의 '참고인'일 뿐, 피의자가 아니다. 이미 진술서와 증거를 제출하며 시민의 의무를 다했으므로, 현 단계에서 추가적인 법적 의무는 없다. 물론 수사기관이 보강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연락을 취할 수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고자의 신원은 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된다는 사실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은 신고자의 동의 없이 인적사항을 공개하거나 암시하는 행위조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A씨의 불안감은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공은 경찰에게 넘어갔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와 IP 추적 등을 통해 게시물 작성자를 특정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다. 한 시민의 용기 있는 신고가 잠재적 비극을 막는 첫걸음이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