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혐의, 합의하면 무조건 유죄?…'결백 주장'하며 합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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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혐의, 합의하면 무조건 유죄?…'결백 주장'하며 합의하는 법

2025. 12. 22 12:5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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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등 유리한 증거 있어도 전과 남을까 불안한 피의자들…수사 단계 합의, '혐의 인정' 오해 피하는 변호사들의 조언

억울한 폭행 사건 연루 시, 혐의를 부인하며 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한 합의가 가능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억울하지만 끝내고 싶다”…폭행 사건 '합의'라는 양날의 검, 독이 아닌 약으로 쓰는 법


“폭행한 적 없는데, 고소를 당했습니다. CCTV도 있고 목격자도 제 편인데, 이대로 재판까지 가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전과를 남기기 싫어서 그냥 합의하고 끝내고 싶은데… 혹시 제가 죄를 인정하는 꼴이 될까요?”


억울하게 폭행 사건에 휘말린 A씨의 하소연이다. A씨처럼 결백을 확신하면서도 기나긴 법적 다툼의 스트레스와 불확실성 때문에 '합의'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내 '합의 시도가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발목을 잡힌다. 과연 수사 단계에서의 합의는 유죄의 증거가 될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혐의 부인 합의'의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



“합의하자”는 말, “내가 때렸다”는 자백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아니오”라고 답한다. 수사 단계에서 합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곧바로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실무상으로도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이를 '혐의 부인 합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합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성의있는 태도로 평가되며, 이것이 곧바로 혐의 인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은 이러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뜻한다.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이철호 변호사는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혐의 유무를 떠나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종결되는 범죄”라며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법 자체가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해결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결백' 주장하며 합의 테이블 나서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혐의 인정'이라는 오해 없이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핵심은 '표현 방식'에 있다. 변호사들은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과 합의를 원하는 이유를 명확히 분리해서 설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수사관에게는 '억울하지만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는 취지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혐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소송으로 인한 시간적·정신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선택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도 구체적인 화법을 제시했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으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를 시도해보고 싶다' 이렇게 표현하시면 혐의 인정 없이도 합의 의사를 전달하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합의의 목적이 '자백'이 아닌 '분쟁의 조기 종결'에 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 관건이다.


“섣부른 합의 시도는 독”…신중론 왜?


하지만 모든 변호사가 섣부른 합의 시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신중론을 제기하며 잠재적 위험을 경고한다.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아무런 설명없이 합의만 하겠다고 의사표시하는 것은 자칫 기존의 모든 진술이 허위였음을 너무 손쉽게 인정하게 되는 경우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합의가 결렬됐을 때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재용 변호사는 “상대방이 너무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여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합의시도를 한 행위 자체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되어 곧바로 기소처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합의 시도라는 '행위'만 남아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의 최광희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일단 경찰단계에서는 가능하면 합의요청을 하지 말고 차라리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면 그때 형사조정 등을 해보기 바란다”며 합의 시점에 대한 다른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증거가 왕, 합의는 전략…최선의 선택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폭행 사건에서 혐의 유무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CCTV, 목격자 진술과 같은 '객관적 증거'다. 합의 의사 표명은 혐의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 사건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정황'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A씨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라면, 합의 카드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며 객관적 증거를 제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전과 기록을 피하고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추가 전략'으로 합의를 고려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합의 진행 시에도 본인의 입장(무혐의 주장)은 일관되게 유지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국 '합의'라는 양날의 검을 약으로 쓰기 위해서는, '나는 결백하다'는 일관된 주장과 탄탄한 증거를 바탕으로, '분쟁 해결'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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