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혀 맞다 발 휘둘렀는데…'쌍방폭행' 될까 억울
머리채 잡혀 맞다 발 휘둘렀는데…'쌍방폭행' 될까 억울
일방적 폭행서 벗어나려 한 최소한의 저항, 법원은 누구 손 들어줄까

일방적 폭행을 당하던 피해자가 벗어나기 위해 저항한 행위가 정당방위와 쌍방 폭행의 기로에 섰다./ AI 생성 이미지
"상해의 고통보단 쌍방폭행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억울할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시작된 시비가 무차별 구타로 번졌다. 머리채를 잡힌 채 맞던 중, 벗어나려 발을 휘두른 행위가 정당방위와 쌍방폭행의 갈림길에 섰다.
목격자 증언과 CCTV라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법률 전문가들이 '억울한 전과'를 피하기 위한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다"…CCTV 속 그날의 진실
3일 전 새벽, A씨의 악몽은 처음 보는 취객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서 시작됐다. 상대방은 다짜고짜 시비를 걸고 A씨 일행에게 발길질을 했으며, 근처에 있던 박스를 던져 A씨를 맞혔다.
A씨가 이를 말리다가 자신보다 체격이 훨씬 큰 상대에게 힘으로 제압당했다. 머리채를 잡혀 허리가 숙여진 채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던 순간, A씨는 공포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했다.
그는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기위해 상대방에게 발을 한두번 휘두렸을 경우' 이것이 쌍방폭행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상해의 고통보다 쌍방폭행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억울할 것 같습니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다행히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출동한 경찰에게 제가 일방적으로 맞고있었다고 증언도 해주셨습니다"라고 말했고, 사건의 전 과정은 인근 가게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방위 인정 좁다" vs "최근엔 넓어져"…엇갈린 전문가 시선
A씨의 저항은 법의 눈으로 어떻게 보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당방위 인정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과 낙관론으로 나뉘었다.
경찰 출신 송재빈 변호사는 "발을 휘두르는 행위 자체는 폭행입니다"라며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가 매우 좁습니다"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상대 측에서 쌍방폭행을 주장할 경우 A씨도 피해자 겸 가해자로서 수사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경고하며, 방어 행위가 공격으로 해석될 위험성을 강조했다.
반면, 김경태 변호사는 "본 사안의 경우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고 폭행을 시작했으며, 일방적으로 제압당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방어 행위만 한 점, 목격자의 증언도 확보된 점 등은 정당방위 성립에 유리한 요소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조기현 변호사도 "최근 수사 실무와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범위가 과거보다 상당히 넓어진 측면이 있습니다"라며 긍정적인 법적 흐름을 언급했다.
판례로 본 정당방위…'서로 공격할 의사'가 핵심 쟁점
법원은 정당방위를 어떻게 판단할까? 형법 제21조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상당성'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대법원은 단순히 먼저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반격하는 것을 정당방위로 보지 않는다.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벌어진 일이라면 방어 행위인 동시에 공격 행위로 봐 쌍방폭행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20도15812 판결).
A씨의 경우, 먼저 시비를 걸고 일방적으로 폭행한 상대의 '부당한 침해'가 명확하고, 머리채가 잡힌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였다는 점에서 '방위의사'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관건은 발을 휘두른 행위가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는지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과거 '잘못하면 죽겠다'는 생각에 주먹을 휘두른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사례도 있어(부산지방법원 2017고단6145 판결),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주 이상 진단서'와 '초기 진술'…억울함 벗을 두 개의 열쇠
전문가들은 '억울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초기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검사 출신 정은경 변호사는 "우선 먼저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조기현 변호사는 "A씨가 폭행당한 사안도 폭행이 아닌 상해로 의율될 수 있도록 가급적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팁을 전했다. 단순 폭행보다 상해죄가 더 무겁게 처벌되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진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김경태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는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되, 특히 상대방의 선제적 폭행, 체격 차이로 인한 방어의 불가피성, 최소한의 방어 행위만 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CCTV, 목격자 증언 등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위가 '공격'이 아닌 '방어'였음을 법리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송재빈 변호사는 "A씨 혼자 수사에 대응 시 수사관의 판단에 쉽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라며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