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11살 아이에 뽀뽀 사진 요구한 30대 남성…'그루밍' 처벌 가능?
메타버스에서 11살 아이에 뽀뽀 사진 요구한 30대 남성…'그루밍' 처벌 가능?
아이 부모 "남성이 그루밍 성폭력 시도"⋯경찰, 수사 나서
변호사들 "혐의 성립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긴 어렵다"⋯왜?

11살인 한 여자아이는 메타버스에서 만난 상대방과 '결혼 서약서'를 썼다. 아이들끼리의 장난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상대방의 정체가 미국에 체류 중인 38살 한국인 성인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KBS 캡처
"결혼한다. 19살될 때!" "이 시간부터 김〇〇은 이〇〇의 소유물이다"
아바타를 만들어 참여자들과 교류하는 가상세계 메타버스. 11살인 한 여자아이는 이곳에서 만난 상대방과 '결혼 서약서'를 썼다. 결혼 서약서엔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 "책임",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이들끼리의 장난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상대방의 정체가 미국에 체류 중인 38살 한국인 성인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아이의 나이를 알았지만, 아이는 A씨가 성인인지 여부조차 알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를 숨긴 A씨의 요구는 아이와 친해질수록 수위가 점점 더 높아졌다.
그는 "소원"이라며 아이에게 입 벌린 사진을 요구했고, "약속했었지 않냐"며 뽀뽀 사진 등을 보내달라고 했다.

다행히 아이의 부모가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남성이 그루밍(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려고 길들임) 성폭력을 시도했다"고 하면서다. 과연, A씨는 해당 혐의(그루밍 성폭력)로 처벌 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최근에 신설된 조항이 하나 있다"며 "우선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 금지 조항(제15조의2)이었다. 이 조항은 온라인 그루밍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벌 대상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한 19세 이상의 성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A씨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11살에 불과한 아동에게 결혼 서약서 및 각종 사진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자아이를 소유물로 지칭하고, 뽀뽀 사진을 요구하는 행동 등은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이 조항으로 처벌이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구체적인 대화를 살펴봐야겠지만, 성적 욕망을 유발할 목적으로 했다면 처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때 처벌 수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다만, 법률사무소 나란의 신효은 변호사는 다소 다른 의견이었다. 신 변호사는 "'뽀뽀 사진' 등을 요구한 건 부적절해 보인다"면서도 "이것만으로 '성적 착취 목적'이 인정돼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로베이스의 최승준 변호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적용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은 제13조에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처벌하고 있다.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을 때 이 죄가 성립한다.
최승준 변호사는 "피해자의 연령을 인지한 상태로 가상의 세계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언행을 했으므로 이 죄의 성립이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신효은 변호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상황으로 봤을 때는 이 혐의 역시 적용이 애매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신 변호사는 "아동을 소유물로 지칭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긴 하다"면서도 "알려진 내용 외에 성적 행위에 대해 묘사하는 등의 발언이 없다면 통매음에서 보는 '성적 수치심 유발'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변호사들은 A씨가 미국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워 보인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그가 자발적으로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오지 않는 한 "그렇다"고 했다.
물론 이론상 범죄인 인도 조약(국가끼리 서로 체류 중인 상대방 국가의 피의자를 교환하는 제도) 등을 동원할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 이 제도는 징역 1년 이상의 중범죄에 대해 한정적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변호사들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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