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도 않은 강간' 1심 유죄... 휴대폰 알리바이도 기각됐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하지도 않은 강간' 1심 유죄... 휴대폰 알리바이도 기각됐다

2025. 11. 18 16:2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장애인 강간 혐의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 엇갈리는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 사이, 법조인들이 제시하는 항소심 역전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장애인 강간 혐의로 1심 유죄를 받은 남성이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며 항소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장애인 강간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남성이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법조계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피고인의 알리바이 입증이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애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 그는 "그런 사실이 아예 없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자의 진술과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가 나왔고, 범행 추정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객관적 증거마저 배척당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항소심에서 승패를 가를 치밀한 법적 전략들을 제시했다.


"진술 엇갈려도 믿는다"… 1%도 안 되는 무죄의 벽


성범죄 사건, 특히 피해자가 장애를 가졌거나 미성년자일 경우 법원의 판단은 더욱 신중해진다. 김현귀 변호사는 "원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비율은 0.9%로 1%가 채 되지 않는다"며 "장애인이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는 무죄 비율이 특히 더 낮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장애인이나 미성년자는 성인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아 진술이 다소 바뀌어도 신빙성을 높게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어느 손으로 옷을 벗겼는지에 대한 진술이 바뀌더라도 '벗긴 것은 맞다'는 핵심 진술이 일관되면 유죄의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피해자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순간, 피고인에게는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 펼쳐진다.


안병찬 변호사 역시 "강간은 직접 증거가 없어도 구체적이고 일관된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 인정이 가능하다"며 "장애인의 경우 진술의 구체성·일관성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 않은 일'의 증명… 항소심,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A씨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1심의 벽을 넘지 못했더라도 항소심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략의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탄핵'과 '객관적 증거의 재구성'이다.


김재헌 변호사는 "장애인 강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라며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할 수 있고, 조사 방법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심에서 기각된 '휴대폰 사용 기록'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김경태 변호사는 "범행 시간대의 휴대폰 사용 기록은 단순한 정황 증거가 아닌,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라며 1심이 이를 간과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 역시 "단순히 증거를 제출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증거가 범행 불가능성을 입증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는 변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관계 없었다 vs 합의했다"… 첫 단추부터 다른 변론


변호사들은 A씨처럼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무죄 입증이 더 수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경철 변호사는 "성관계 자체가 없었던 사건은 물리적이고 실재하는 사항을 증명하는 것이라 오히려 입증이 더 쉽고, 알리바이를 통해 무죄를 입증할 가능성과 폭이 더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한장헌 변호사도 "'아예 성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 상대방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고 알리바이 관련 증거들을 제출해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큰 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판단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검토하느냐에 달렸다.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합리적 의심'의 원칙을 저버린 것은 아닌지, 피고인이 제출한 객관적 증거를 너무 쉽게 배척한 것은 아닌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남자의 외침이 항소심 법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