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합의금 받았는데 '공갈범'으로…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뒤바뀐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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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합의금 받았는데 '공갈범'으로…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뒤바뀐 운명

2025. 10. 14 11:0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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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합의 후 '신고 협박' 맞고소…'정당한 권리'와 '불법적 협박'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추적했다.

성추행 피해 보상으로 500만원을 받은 A씨는 하루아침에 협박으로 돈을 뜯어낸 '공갈범'으로 몰려 법의 심판대에 섰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500만원 아니면 신고'…피해자의 한마디, 공갈범의 낙인이 되다


성추행 피해 보상으로 500만원을 받은 여성이 하루아침에 협박으로 돈을 뜯어낸 '공갈범'으로 몰려 법의 심판대에 섰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뒤바뀐 이 사건은, 정당한 권리 행사와 불법적 협박의 경계가 어디인지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500만원 아니면 신고'…피해자의 한마디, 공갈범의 낙인이 되다


사건의 발단은 A씨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B씨에게 보낸 한 통의 메시지였다. "선택지는 두 개입니다. 500만원을 주고 끝내거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신고를 감당하거나." B씨는 다음 날 500만원을 입금했고, A씨는 합의서를 써주며 길었던 악몽이 끝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다음 날 B씨 측 변호사로부터 날아온 것은 합의 완료 통보가 아닌, "공갈죄로 고소하겠다"는 서늘한 경고였다. 격분한 A씨가 B씨를 성추행 혐의로 정식 고소하자, B씨는 기다렸다는 듯 A씨를 상대로 협박으로 재물을 뜯어내는 '공갈죄', 사람을 속여 재물을 빼앗는 '사기죄', 허위 사실로 수사기관을 속이는 '무고죄' 혐의로 맞불을 놨다.



성추행 외 다른 약점까지 거론…'정당한 권리'의 선을 넘었나


법조계의 시선은 A씨의 합의 요구가 '협박'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엇갈린다. 핵심은 A씨의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섰는지다. 백지은 변호사는 "실제 피해를 입었고 합의금이 사회 통념상 과도하지 않다면 공갈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통상적인 손해배상 요구 절차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A씨가 사용한 압박 카드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씨는 성추행 외에도 "일반음식점 위반, 직장 내 괴롭힘, 노동법 위반" 등 B씨의 다른 약점까지 거론하며 신고 가능성을 암시했다.


민경철 변호사는 "성범죄 외 다른 사안까지 결부해 돈을 요구한 것은 협박으로 재물을 갈취한 공갈죄로 인정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 통념을 벗어나면 위법한 협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결국 모든 것은 '그날'의 진실로…성추행 입증 못하면 '삼중고'


모든 의혹의 종착지는 결국 '성추행은 실제로 있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향한다. 사기와 무고 혐의의 성립 여부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이재용 변호사는 "성추행이 사실이라면 정당한 손해배상 청구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고, 허위 고소가 아니므로 무고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A씨가 돈을 목적으로 성추행 사실을 꾸며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A씨는 공갈, 사기, 무고라는 삼중고에 처하게 된다. A씨는 이제 B씨의 성추행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의 역할과, 자신의 합의 요구가 협박이 아니었음을 방어해야 하는 '피의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에 내몰렸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협박'이 되는 사회


피해 구제를 위한 정당한 목소리가 한순간에 '협박'의 낙인으로 돌아올 수 있는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그 위태로운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피해자의 권리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이를 악용한 부당한 요구를 막아야 하는 사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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