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포기" 각서 믿었는데…이혼 후 뒤통수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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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포기" 각서 믿었는데…이혼 후 뒤통수 맞을 수도

2026. 06. 16 15:2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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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가면 휴지조각'…변호사들이 경고한 재산분할 합의서의 배신

이혼 시 재산분할 확약서는 협의이혼이 결렬되면 무효가 될 수 있고, 연금 분할 포기 약속은 법적 효력이 없다. / AI 생성 이미지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간 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재산분할 확약서를 작성한 남편. 공동명의 아파트와 부모님께 빌린 돈, 그리고 각자의 연금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명적 허점이 가득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연금은 영구히 포기한다'는 약속은 법정에서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 진실이 드러났다.


'협의이혼' 깨지면 합의서는 '무효'


이혼을 앞둔 A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내와 '재산분할 확약서'를 작성했다.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과 부모님 차입금을 갚고, 남은 돈은 반씩 나누며, 서로의 연금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완벽한 대비책이라 생각했지만, 변호사들의 진단은 냉혹했다. 이 합의서는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조건부 계약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이혼 성립 전 작성한 재산분할 약정은 협의이혼이 결렬되면 법적 효력이 사라집니다"라고 못 박았다.


즉, 한쪽이 마음을 바꿔 소송으로 가면, 공들여 만든 합의서는 법적 구속력을 잃고 단순 참고자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 역시 "우리 법원은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협의는 재판상 이혼 시 효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구멍, '연금 포기 각서'의 함정


A씨가 가장 든든하게 생각했던 조항은 '상호 간 장래 연금 분할 청구권 영구 포기'였다. 하지만 이 조항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고순례 변호사는 "가장 큰 허점입니다. 대법원 판례상 이혼 소송이나 협의 과정에서 '장래의 공무원연금 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설령 아내가 포기각서에 서명했더라도, 이혼 후 마음을 바꿔 연금공단에 직접 분할연금을 신청하면 공단은 법에 따라 연금을 나눠줘야 한다.


당사자 간의 사적 계약이 공공기관을 구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법원의 조정조서나 판결문에 포기 내용이 명확히 기재되어야만 한다.


고순례 변호사는 "연금 조항은 '공단에 신청하지 않는다. 신청하여 수령할 경우 동액을 남편에게 손해배상(또는 위자료)으로 반환한다.'는 우회적 약정 문구로 반드시 수정해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부모님 돈' 지키려다…되레 발목 잡힐 수도


다른 조항들도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부모님께 빌린 2억 2천만 원 중 2억 원만 우선 변제하기로 합의했다. 아내가 채무의 존재를 인정한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위험을 내포한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2천만 원을 채무에서 제외’하는 표현은, (남편이) 향후 '2.2억 전액이 진정한 차용'이라고 주장할 때 불리한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2천만 원을 양보한 것이, 반대로 '애초에 2천만 원은 빌린 돈이 아니었다'고 공격받을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선우 변호사는 아파트 매각 합의 역시 매각 기한, 최저 가격, 중개사 선정 방식, 한쪽이 비협조적일 때의 대처 방안 같은 구체적인 절차 조항이 없다면 상대방의 비협조로 합의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한목소리, "법적 강제력 확보가 관건"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허술한 합의서에 의존하는 협의이혼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조정이혼'이나 '재판상 이혼'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협의이혼은 이혼 의사만 확인하는 절차라, 재산 문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소송으로 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는 조정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정이혼을 거쳐 나오는 조정조서는 소송 이혼의 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 역시 "원하는 결과를 명확히 하고, 그 결과를 강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재판상 이혼(소송이혼)’입니다"라며 법적 강제력이 확보된 절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결국 A씨가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의 불안한 약속이 아닌, 법원의 확인을 거친 '조정조서'나 '판결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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