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도 처벌?" 강제추행친고죄 폐지의 반전, 용서해도 감옥 가는 '비친고죄'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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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해도 처벌?" 강제추행친고죄 폐지의 반전, 용서해도 감옥 가는 '비친고죄'의 덫

2026. 01. 28 17:02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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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봐준다는데 왜?

성범죄 합의만 믿다간 실형 벼랑 끝

강제추행은 이제 피해자가 용서해도 국가가 처벌하는 '비친고죄'이므로, 합의의 법적 효력과 시기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범죄 사건에 휘말린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은 '피해자와의 합의'다. 거액의 합의금을 건네고 고소 취소장만 받아내면 사건이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10년 전의 낡은 상식이다.


강제추행친고죄 규정이 폐지되면서, 이제 성범죄는 피해자가 용서하더라도 국가가 끝까지 범죄자를 추적해 처벌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서만 믿고 방심하다가는 재판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사라진 '고소권'의 위력... 피해자 의사 무관하게 수사 개시

과거 형법 체계에서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다. 그러나 2012년 12월 18일 형법 개정으로 제306조(고소와 피해자의 의사)가 삭제되면서 강제추행친고죄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러한 개정의 핵심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가하는 '2차 가해'를 원천 봉쇄하는 데 있다. 대법원은 "친고죄로 인해 성범죄 처벌이 합당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합의 종용으로 인한 피해가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판시하며 법 개정의 정당성을 확인했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4도13504 판결).


이제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성범죄 정황만 있다면 직권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설령 피해자가 수사 도중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이는 '수사의 단서'가 사라지는 것일 뿐 범죄의 성립이나 재판 진행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비친고죄'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3년 6월 19일,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운명의 날'

다만, 모든 성범죄에 이 원칙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법 개정 당시 부칙 제2조는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성폭력 범죄를 범한 사람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의 시행일이 바로 2013년 6월 19일이다.


즉, 2013년 6월 19일 이후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은 무조건 비친고죄의 적용을 받는다. 반대로 그 이전에 저지른 범죄라면 여전히 구 형법에 따라 친고죄로 취급된다. 대법원은 시행일 이전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 기간을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1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과거 법리의 유효성을 인정했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4도13504 판결).


따라서 오래전 발생한 사건이 뒤늦게 불거진 경우라면, 범행 발생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피해자의 고소'가 처벌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통매음·스토킹은 예외? 합의가 '면죄부' 되는 반의사불벌죄

강제추행 등 주요 성범죄가 비친고죄로 전환되었지만, 성범죄의 모든 영역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성폭력처벌법 제13조)'나 '스토킹범죄(스토킹처벌법 제18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를 밝히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대구지방법원 2022. 11. 22. 선고 2022노2330 판결).


하지만 이 '기회'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는 반드시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이루어져야 하며, 한 번 제출된 처벌불원서는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3405 판결).


1심 선고 이후의 합의는 '반쪽짜리'...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결국 성범죄 대응의 핵심은 '범죄의 유형'과 '합의의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강제추행과 같은 비친고죄 사건에서는 합의가 공소기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재판부의 양형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처'의 근거가 된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라 모든 의사표시의 철회는 1심 판결 전까지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2심에서 합의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공소기각 효과가 없다(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도1922 판결).


성범죄 혐의에 직면했다면, 내 사건이 강제추행처럼 비친고죄인지 아니면 반의사불벌죄인지를 전문가를 통해 즉시 확인하고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합의의 골든타임을 잡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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