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성추행이라며 300만원 요구…덜컥 30만원 보냈다가 더 불안해졌어요
1년 전 성추행이라며 300만원 요구…덜컥 30만원 보냈다가 더 불안해졌어요
합의서 없이 돈부터 보내면 '혐의 인정'될 수도…변호사들 "추가 지급 즉시 중단해야"

지인과 신체 접촉 후 1년 만에 합의금 300만 원을 을 요구받은 A씨는 덜컥 30만원을 먼저 보냈다. / AI 생성 이미지
지난해 지인 B씨와 술을 마시다 신체 접촉이 있었던 A씨. 1년 가까이 아무 일 없다가 최근 B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B씨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치료비 등 명목으로 300만 원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압박했다.
분쟁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A씨는 우선 3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A씨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정식 합의서 한 장 없이 돈만 보낸 게 과연 잘한 일인지, 남은 돈을 다 보내면 정말 사건이 끝날 수 있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덜컥 돈부터 보낸 자신의 행동이 더 큰 화를 부를까 두려워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1년 만에 '정신과 치료비' 300만원 요구…덜컥 30만원 보낸 A씨
사건은 지난해 한 숙소에서 일어났다. A씨는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기억이 끊겼다. A씨의 기억에 따르면, 술에 취한 B씨가 먼저 A씨의 손을 자신의 신체 부위로 끌어당겼고, 이후 필름이 끊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 A씨는 B씨의 신체 일부를 핥고 있었고, B씨는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B씨에게 귀가 택시비를 보내주고 당시 상황을 메모로 남겨뒀다.
그 후 약 1년간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B씨가 A씨에게 연락해 왔다. B씨는 사건 이후 악몽과 우울증, 공황장애 재발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100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의금 3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덜컥 겁이 나 우선 30만 원을 보냈고, 나머지 금액은 나눠서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법적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된 건 아닌지 불안에 휩싸였다.
변호사들 "합의서 없는 송금, 최악의 수…오히려 혐의 인정 꼴"
A씨의 사연에 대해 변호사들은 합의서 없이 돈부터 보낸 것은 매우 위험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추가 지급은 즉시 중단하고 법적 검토부터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합의서 없이 임의로 돈만 송금할 경우 분쟁이 종결되지 않으며, 사후에 불리한 정황으로만 남은 채 형사고소를 당할 수 있는 비가역적 행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 역시 "정식 합의서 없이 금액만 분할 지급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며 "향후 돈을 모두 지급하더라도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 고소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합의서 없이 돈만 지급하면 범행을 인정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고, 상대방이 돈을 받은 뒤에도 고소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짚었다.
'1년의 공백'과 A씨의 반박 카드…법적 의미는?
B씨가 사건 발생 1년 뒤에야 문제를 제기한 점은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 사실만으로 B씨의 고소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1년이 지났어도 고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변호사 안영진 법률사무소의 안영진 변호사는 "상대방이 1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다가 뒤늦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상황 자체도, 피해가 진정으로 심각했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이라며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씨가 가진 다른 증거들도 방어 카드가 될 수 있다. 허훈무 변호사는 "상대방이 먼저 신체 접촉을 유도했던 정황, 당시 작성해 둔 메모, 택시비 송금 내역 등은 A씨의 고의성을 부인할 수 있는 주요 증거"라고 봤다.
추가 지급 중단하고 '합의서'부터…고소 가능성 대비해야
변호사들은 결론적으로 A씨가 추가 지급을 즉시 중단하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다면, 반드시 법적 효력을 갖춘 합의서를 먼저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최소한 합의금 액수, 지급방법, 민형사상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는다는 내용과 고소가 접수된 경우 고소취하 또는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다는 내용 등을 명확히 기재한 합의서를 받은 뒤 지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성범죄는 합의서를 작성하더라도 수사나 처벌이 완전히 중단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법적 검토 없이 불리한 대화 내역이 남은 상태에서 돈이 건너가면 혐의를 온전히 인정하는 결과만 낳을 여지가 있다"며 변호사를 통한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만약 상대방이 정식 합의서 작성을 거부하고 돈만 요구한다면, 이는 진정한 합의 의사 없이 금전 취득을 목적으로 한 압박일 수 있으므로 고소에 대비한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