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니?" 한마디에…생계 걸린 택시면허 날아갈 위기
"괜찮니?" 한마디에…생계 걸린 택시면허 날아갈 위기
경미한 사고 후 연락처 미교환, 2주 진단에 뺑소니범 몰린 기사

은퇴후 택시 기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가 미성년자와의 경미한 사고 후 현장을 떠나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은퇴 후 시작한 개인택시,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탄 미성년자와 스친 사고가 생계를 위협하는 '뺑소니' 올가미로 돌변했다.
괜찮다는 말만 믿고 현장을 떠났다가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린 60대 택시기사의 절박한 사연과 법률 전문가들의 냉철한 조언을 짚어본다.
"괜찮다" 말만 믿고 떠났는데…하루아침에 뺑소니범?
은퇴 후 개인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A씨. 평소처럼 운행하던 어느 날, 골목길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 자전거를 탄 미성년자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A씨는 즉시 차를 세워 학생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물었다. 학생이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자, 그는 안심하고 현장을 떠났다. 인적 사항을 교환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경찰로부터 '뺑소니' 혐의로 신고되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2주 진단서를 첨부해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사태를 수습하려고 피해 학생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이야기한 뒤 연락 주겠다"는 말을 남긴 채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잦은 연락은 '독', 도주 의사 없었단 '증거'가 핵심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이른바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이 혐의의 핵심은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사고 직후 피해 학생 상태를 확인했고 단순 경미 사고로 인식해 현장을 떠난 것이라면, 전형적인 뺑소니 사건과는 다르게 다툴 여지는 있다"면서도 "연락처 교환 없이 현장을 떠난 부분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A씨의 현재 행동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계속 연락하는 행동은 강요나 이차 가해로 비칠 위험이 크므로 즉각 중단하시기를 강력히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 역시 "현재 아버님의 잦은 연락은 수사기관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며 피해자와의 직접 접촉 중단을 촉구했다.
지금은 감정적인 호소보다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주변 CCTV 등 "도주 의사가 없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합의 거부하면 '공탁'으로…면허 취소 막을 마지막 카드
피해자 측이 합의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A씨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무엇일까?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더라도 경찰·보험사 등을 통해 합의 의사와 공탁 가능성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 공탁'은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법원에 합의금 상당액을 맡겨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증명하는 제도다. 이는 합의와 동일한 효력을 갖지는 않지만, 양형에 유리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형사, 운전면허 행정처분, 개인택시 사업면허 처분이 연쇄되는 복잡한 구조로 분석하며, "직접 연락보다 보험사·법률대리인을 경유한 협상과 공탁 옵션을 병행할 때 협상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국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의 택시면허를 지키기 위한 첫 단추는 형사 절차에서 뺑소니 혐의를 벗거나, 적극적인 합의 노력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