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줬을 뿐인데 성추행범"... 60대 택시기사의 '선의'는 왜 유죄가 될 수 있나
"도와줬을 뿐인데 성추행범"... 60대 택시기사의 '선의'는 왜 유죄가 될 수 있나
법조계 "섣부른 무죄 주장, 실형 부를 수도" 경고... 법원 판결 전 '콜 차단'한 플랫폼 책임론도 부상

다친 승객을 도우려던 60대 택시기사가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몰려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다친 승객을 도우려던 60대 택시기사가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몰려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
선의로 건넨 조언과 신체 접촉이 어떻게 '유죄'의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엇갈리는 법조계의 시선과 플랫폼의 '사적 제재' 논란까지 짚어본다.
"고맙다"던 승객의 돌변... "내 경험인데" 무릎 만진 게 화근
평범한 오후, 60대 택시기사 A씨는 카카오 택시 호출을 받고 휠체어를 탄 젊은 여성 승객 B씨를 태웠다. 연골 수술 후 회복 중이던 B씨는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A씨는 뒷좌석에 실리지 않는 큰 휠체어를 옮겨주고, B씨를 조수석에 앉히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A씨 역시 과거 같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는 B씨가 안쓰러운 마음에 "회복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근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던 그는 B씨가 착용한 보호대 주변 무릎을 만졌다.
목적지 도착 후, B씨는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내렸다. 하지만 몇 시간 뒤, A씨는 택시회사로부터 B씨가 자신을 성추행으로 신고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실형이냐, 기소유예냐... '성적 의도' 입증이 가를 운명의 갈림길
법조계는 A씨의 행위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을 먼저 경고한다. 형법상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면 성립하기 때문이다.
김현귀 변호사는 "조수석에 탄 장애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라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죄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할 경우 1년 내외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씨의 혐의가 '장애인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제6조)'으로 적용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섣불리 무죄를 주장하기보다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기소유예(죄는 인정되나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를 받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반면,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무죄를 다퉈볼 여지도 충분하다. A씨의 행위가 순수한 조언 과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남언호 변호사는 "신체 접촉이 '병원 치료적 설명' 차원이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며 A씨의 과거 수술 기록, 택시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추행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 경우 검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이 최선의 결과다.
### 법원 판결 전 '콜 차단'... 플랫폼의 '사적 제재'도 도마 위
이번 사건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문제에도 불을 붙였다. A씨는 B씨의 신고 직후 카카오 측으로부터 "사법기관 조사가 진행되면 콜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생계 수단을 잃었다.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조가연 변호사는 "플랫폼의 조치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최종 판결 전까지 서비스 이용을 허용해달라고 협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혐의만으로 한 개인의 생계를 끊는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실형의 위험과 '성범죄 전과자'라는 낙인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