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기사의 '투잡', 4천만원 횡령 혐의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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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기사의 '투잡', 4천만원 횡령 혐의로 돌아오다

2025. 12. 04 16:3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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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영업이익 챙겼다 피소... 법조계 “횡령 아닌 배임” vs “계약 따라 무죄 가능성”. 피해액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개인 영업으로 1천만원 이익을 낸 보일러 회사 직원을 회사가 4천만원 매출 기준 횡령으로 고소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월급 외 1천만원 벌었을 뿐인데…4천만원 횡령범 될 처지


보일러 회사 직원 A씨는 쏠쏠한 부업이라 생각했던 개인 영업이 4천만원대 업무상 횡령 혐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사에 접수되지 않은 보일러 교체 건을 따로 맡아 1천만원 가량의 이익을 남겼을 뿐인데, 경찰은 총 매출액 4천만원을 기준으로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A씨의 억울함과 법률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진단을 통해 사건의 쟁점을 깊이 들여다본다.


"내 돈으로 자재 사서 일했는데…4천만원 횡령이라니"


A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보일러 회사 대리점 직원인 그는 회사 업무 외에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보일러 교체 의뢰를 받았다. 그는 자기 돈으로 필요한 자재를 사고 프리랜서 설치기사를 고용해 일을 마쳤다. 자재비와 인건비를 제하고 손에 쥔 돈은 약 1천만원. 그러나 함께 일했던 설치기사 중 한 명이 이 사실을 회사에 알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회사는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고, 경찰은 A씨의 개인 창고에 쌓인 폐보일러 60대 사진과 설치 지시가 담긴 단체 카톡방 대화, 설치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한 카카오페이 내역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A씨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 것은 "4천만원에서 공제할 금액을 스스로 증거로 제출하라"는 형사의 말이었다.


횡령이냐 배임이냐, 아슬아슬한 법리 줄타기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업무상 횡령'보다는 '업무상 배임'에 더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두 죄는 어떻게 다를까.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업무상 횡령죄는 회사의 자산으로 볼 수 있는 돈이나 물건을 개인이 가로챘을 때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회사의 자산이 아닌 업무 기회를 개인적으로 활용한 것이므로 업무상 배임죄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재물'을 훔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벌 수 있었던 '기회'를 가로채 이익을 보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업무상 횡령과 업무상 배임 중 어느 쪽으로든 기소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죄명 자체보다 '업무상'이라는 가중처벌 요소가 붙는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배임으로 기소돼도 심리 과정에서 횡령으로 판단해 처벌할 수 있다.


사라진 3천만원의 행방,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A씨의 가장 큰 궁금증, 즉 "피해액 4천만원은 회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 변호사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원칙적으로 범죄 입증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지만, A씨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승의 전영경 변호사는 "형사가 공제할 금액을 스스로 제출하라는 요구는 고소인의 주장에 반박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실무적으로 관련 증거는 고소인이 아닌 피의자가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즉, A씨가 4천만원 중 3천만원을 자재비와 인건비로 썼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A씨 본인이므로,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웨이브 이창민 변호사 역시 "실제 취한 이익을 명확히 하면 피해 금액이 줄어들어 처벌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영수증, 거래 내역 등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줄기 빛? "계약서 내용 따라 무죄 다툴 수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존재한다. 일부 변호사는 A씨와 회사 간의 계약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건영의 김수민 변호사는 "계약서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들어온 계약을 본인이 처리한 것만으로는 횡령이나 배임 사안이 아니다"라고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만약 고용 계약서에 '경업금지(회사의 영업과 경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조항 등이 없다면, A씨의 행위는 회사의 업무와 무관한 개인 사업으로 인정받아 무죄를 다툴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자신의 '부업'이 범죄인지 아닌지를 두고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사건은 평범한 직장인의 부업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액 산정과 입증 책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심코 시작한 일이 한순간에 인생을 뒤흔드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서의 무게와 업무의 경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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