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불에 직진했는데 무단횡단 사고…'범칙금 내시죠' 경찰 말, 믿어도 될까?
초록불에 직진했는데 무단횡단 사고…'범칙금 내시죠' 경찰 말, 믿어도 될까?
어린이보호구역, 보행자는 다발성 골절…'중상해' 판정 시 형사처벌 대상 될 수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운전자는 경찰의 범칙금 제안에 안심해선 안 된다.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차로. 직진 신호에 맞춰 정상 주행하던 운전자 A씨는 갑자기 뛰어든 보행자와 부딪혔다.
사고 직후 경찰은 12대 중대 과실이 없어 범칙금과 벌점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했다. 하지만 보행자는 골반과 다리에 다발성 골절을 입은 상태. A씨는 경찰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될지 혼란에 빠졌다.
A씨는 이 결정을 받아들여도 추후 문제가 없을지, 아니면 이의를 제기해야 할지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경찰의 '범칙금 처분', 12대 중과실 아니라는 뜻…안심은 이르다
운전자 A씨는 며칠 전 오후 2시경 왕복 7차로 도로의 2차로를 직진 신호에 따라 주행 중이었다. 그 순간, 건너편 횡단보도로 만 14세 이상인 보행자가 뛰어 건너다가 사고가 났다. 사고 장소는 어린이보호구역이었다.
A씨에 따르면 경찰은 "12대 중대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범칙금과 벌점으로 사건을 종결하자"는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보행자는 골반 및 다리에 다발성 골절을 입어 수술 여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경찰이 범칙금과 벌점 처분으로 종결하는 방향을 안내했다면, 현재로서는 중대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러한 경찰의 판단이 최종 결론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범칙금과 벌점으로 종결된다는 안내가 항상 최종 결론은 아니다"라며 "피해자 상해가 중하면 이후 합의, 보험처리, 추가 조사 과정에서 판단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숨은 변수 '중상해'…사건, 형사처벌로 뒤집힐 수 있다
변호사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가장 큰 위험은 피해자의 부상 정도다. '다발성 골절'이라는 상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 베테랑 박건일 변호사는 "골반 및 다리 다발성 골절이라는 상해 정도는 수술 여부에 따라 '중상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중상해로 판단되면, 12대 중과실 여부나 종합보험 가입과 무관하게 공소권 있는 사건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현재 경찰이 범칙금 처리를 제안했더라도, 추후 피해자의 진단 결과에 따라 사건이 형사 입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새별 박준성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골반 및 다리 다발성 골절을 입었으므로, 향후 수술 결과나 후유장해 여부에 따라 '중상해'로 인정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범칙금 섣불리 냈다간 '과실 인정'…민사 소송에서 불리
섣불리 범칙금을 납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범칙금 납부는 법적으로 해당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범칙금을 먼저 납부하면 처분을 다투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납부 전에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형사 절차가 범칙금으로 마무리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이때 운전자가 이미 범칙금을 내고 과실을 인정한 사실은 향후 민사 재판에서 과실 비율을 산정할 때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범칙금·벌점으로 마무리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라며 "형사 처리 결과가 민사 과실 비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무과실' 주장하려면…범칙금 납부 전 증거부터 확보해야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섣부른 합의나 범칙금 납부 전에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사고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전자는 정상 신호에 주행했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특성상 일반 도로보다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직진 신호에 정상 주행하던 중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든 사고라면, 형사상 과실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도 "블랙박스에는 보행자가 보이지만 실제 운전자 시야에서는 늦게 확인되었다면, 무과실 주장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대청 이승현 변호사는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이의를 제기할지는 단순히 억울하다는 감정보다는 블랙박스 영상에서 사고 회피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며 "우선 사고 영상, 경찰 조사 내용, 적용된 과실 판단 근거를 확인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