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아니면 합의 없다'…과속 사망사고 운전자, 집행유예 가능할까?
'1.5억 아니면 합의 없다'…과속 사망사고 운전자, 집행유예 가능할까?
100% 과실에 합의마저 결렬…전문가들 “공탁만으론 한계, 합의가 결정적”

과속으로 고령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100% 과실을 인정받았고, 법률 전문가들은 유족과의 합의 없이는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시속 50km 제한 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다가 고령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100% 과실이 인정된 가운데, 유족이 1억 5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며 협상은 결렬됐다.
사고 후 면허 반납, 봉사활동 등 필사적인 노력을 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가 결정적 변수”라며 공탁만으로는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1.5억 아니면…” 유족의 최후통첩에 무너진 합의
비극은 대낮 대로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A씨는 시속 50km 제한 구역에서 35~39km 이상 과속으로 달리다가 고령의 보행자를 들이받았고, 안타깝게도 피해자는 목숨을 잃었다. A씨의 과실은 100%였다.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된 A씨는 법정에 서기 전 유족과의 합의를 위해 형사조정위원회에 참석했다. 유족은 2억 원을 요구했고, 운전자 보험이 없던 A씨가 난색을 표하자 조정위원은 1억 원을 제시했다.
A씨가 “알아보겠다”고 답하고 유족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헤어진 지 3주 뒤, 유족은 “1억 5천만 원 아니면 합의를 못 해준다”는 최종 입장을 전해왔다.
A씨는 "제 형편에 1억 원조차 마련할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한데, 추가로 5천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고, 형사 조정 협상은 결렬됐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저는 합의에 문을 계속 열고 있을 것이지만 유족분들 태도로 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제 죄가 중대하여 기본값이 실형임을 알고 있지만, 집행유예 가능성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면허 반납, 차량 매각, 120시간 봉사…필사적인 속죄 노력
A씨는 실형의 공포 속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사고 직후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는 의미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고, 사고 차량도 즉시 팔아치웠다.
숨진 피해자가 노인이었던 점을 마음에 새기며 노인 대상 자원봉사를 120시간 이수했고, 직장 동료 200명 이상이 그의 선처를 바라는 연대 서명 탄원서를 준비했다.
합의가 끝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5000만~7000만 원의 형사공탁도 고려 중이다. 그는 “합의를 한다면 1억까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추가로 큰 빚을 내어 1억까지 공탁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의 노력이 법원의 선처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전문가들 “합의가 관건…공탁만으론 집행유예 어려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유족과의 합의 없이는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사망사고는 그 자체로 중대 범죄이며, A씨처럼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과 과속이라는 12대 중과실이 겹친 경우는 더욱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홍윤석 변호사는 “유족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다소 높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전망했다. 임호균 변호사 역시 “합의 여부가 사실상 가장 결정적인 변수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합의 없이 공탁만으로 집행유예를 받는 사건은 실무에서 쉽지 않습니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최우준 변호사 또한 사망사고에서 피해 회복이 부족하다고 보이면 실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며, 공탁은 합의와 동일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마지막까지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범 변호사는 “1억 수준에서 유족들과 합의를 다시 시도해 보셔야 합니다”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열쇠가 사실상 유족의 손에 쥐어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