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줄게" 메시지도 있는데…'증여'로 판단 되면 못 받을 수도 있다
"자동차 줄게" 메시지도 있는데…'증여'로 판단 되면 못 받을 수도 있다
메시지 등으로 "자동차 주겠다" 약속하더니 감감무소식
증거도 있으니 자동차 받는 데 문제없을까

A씨는 어려운 일을 당한 지인 B씨를 도와줬고, B씨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자신이 타던) 자동차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A씨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B씨에게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A씨는 어려운 일을 당한 지인 B씨를 도와줬고, 이 일로 B씨는 위기를 넘겼다. 당시 B씨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자신이 타던) 자동차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후에도 B씨는 A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전화와 메시지로 거듭 약속을 확인시켜줬다.
그런데 A씨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B씨에게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A씨가 B씨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묵묵부답. A씨는 그런 B씨가 괘씸해 약속대로 자동차를 받아낼 생각이다. 다만, 별도로 각서 등을 받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가능한지 궁금하다.
A씨의 사안을 살핀 변호사들은 A씨와 B씨 사이에 오간 약속이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단, 증여에 해당한다면 안타깝게도 A씨는 약속했던 자동차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왜 그런걸까?
우리 민법은 구두 계약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하지만 '증여'의 경우는 다르다.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제555조). 계약의 해제란, 유효한 계약의 효력을 처음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말로만 한 증여 약속은 없었던 일로 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대법원 1988.9.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B씨가 보냈었던 메시지를 '서면'을 통한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지난해 서울고법은 "카카오톡 메시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수준에 불과하므로, 증여라는 법률적 효과를 대외적으로 확실히 부여하기 위한 서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두 사람 간 약속이 단순 증여가 아니라 일정한 '쌍무계약(雙務契約)'에 해당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서울종합 법무법인의 류제형 변호사는 말했다. 쌍무계약이란, 당사자 양쪽이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 경우라면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없다. 구두로만 한 약속도 마찬가지다. 우리 민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만 있다면 계약은 성립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A씨가 B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은 두 사람 간 약속(계약)의 효력을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변호사는 말했다.
'변호사 박재천 법률사무소'의 박재천 변호사는 "구두 합의도 유효한 합의이기 때문에 합의가 있다는 사실만 증명할 수 있으면 약정금 지급 청구 소송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메시지나 통화 녹음이 있다면 충분히 (약속을)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