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약점 잡아 2억 뜯어낸 사기단⋯사기당했으니 내 음주운전 처벌은 무효?
음주운전 약점 잡아 2억 뜯어낸 사기단⋯사기당했으니 내 음주운전 처벌은 무효?
2년 6개월간 22명 합숙하며 조직적 보험사기
위반 차량 골라 합의금 뜯어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공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 달콤한 제안에 모여든 22명 일당은 유명 관광지에서 합숙하며 치밀한 범죄 시나리오를 썼다. 2022년부터 약 2년 6개월 동안 제주와 거제 등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이들의 주된 범행 대상은 교차로 꼬리물기 등 교통법규를 살짝 어긴 차량이나 음주 운전자였다. 사고 직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윽박질러 합의금과 보험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무려 2억원에 달하는 돈을 갈취했다.
자신의 법규 위반 사실 때문에 사고가 나도 쉽게 경찰을 부르지 못하는 운전자의 공포심과 빈틈을 철저히 악용한 범행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친분이 있는 지인까지 범행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일당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을 술자리에 불러낸 뒤, "이 시간에는 단속이 없다. 집도 코앞이니 그냥 운전하자"며 안심시켰다.
지인이 운전대를 잡자 일당은 실시간으로 이동 동선을 공유했고, 미리 숨어있던 다른 일당이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때 조수석에 타 있던 일당은 피해자 편을 드는 척하며 "내가 잘 말해볼게"라며 구원자 행세를 했고, 합의금을 종용했다. 신뢰를 범죄 도구로 악용해 이들이 지인에게서 뜯어낸 금액만 3000만 원이 넘는다.
변호사 "무거운 중범죄 종합 세트⋯지인도 단순 방조범 아냐"
변호사들은 이들의 행위가 결코 가벼운 사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7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김정기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행위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 운전자를 협박해 합의금을 뜯어낸 행위는 형법상 공갈죄와 강요죄에 해당하며, 수리비 견적서를 위조해 제출했다면 사문서위조죄까지 줄줄이 엮이는 무거운 범죄 종합 세트"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인을 속여 운전하게 한 일당에 대해서는 무거운 처벌을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단순히 타인의 범죄를 돕는 종범(방조죄) 수준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고의 사고를 낼 목적으로 술자리를 기획하고 동선을 넘겼으므로, 보험사기와 공갈의 적극적인 공범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엄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사기당한 음주 운전자 처벌 여부와 과잉 합의금 대처법
그렇다면 사기단의 표적이 된 음주 운전자나 신호 위반 운전자는 억울한 피해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불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내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해서 저지른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따로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내 잘못에 대한 벌은 받더라도, 사기꾼들은 반드시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기단에게 뺏긴 돈을 돌려받는 절차도 나뉜다.
보험사가 가해자들에게 지급한 수리비 등은 사기 판정이 나면 보험사가 직접 구상권을 통해 환수한다. 반면 피해자가 직접 건넨 현금 합의금은 가해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라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거쳐야 한다.
사고 현장에서 상대방이 "경찰 부르지 말고 현금 50만 원에 깔끔하게 합의하자"고 유도할 경우의 대응법을 무엇일까.
김 변호사는 "상대의 그 말 자체가 나중에 훌륭한 증거가 되므로, 현장에서 말싸움하지 말고 주변 CCTV와 블랙박스 등 기록을 남긴 뒤 경찰과 보험사에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벼운 접촉 사고임에도 수백만 원의 합의금이나 장기 입원을 요구한다면 직접 대응하기보다 소속 보험사를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것이 법적 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