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범 몰렸나? '셀프 의견서'의 치명적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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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범 몰렸나? '셀프 의견서'의 치명적 함정

2026. 06. 30 15:4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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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몰랐다' 주장하려다…'토씨 하나'에 유죄될라

뺑소니 혐의를 부인할 때 비용 문제로 '셀프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무심코 쓴 표현이 혐의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교통사고 후 현장을 떠나 '뺑소니'(도주치상) 혐의를 받게 된 운전자가 '사고를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그는 객관적 증거까지 확보했지만 변호사 선임 비용이 부담돼 '셀프 의견서' 작성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혐의를 다투는 첫 단추인 의견서 작성 단계에서 무심코 쓴 한 문장이 되레 혐의를 인정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며 '치명적 실수'를 경고하고 나섰다.


'사고 몰랐다'는 증거 있는데…'나홀로 의견서' 괜찮을까?


도주치상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는 '사고를 오인했고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다투려 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까지 확보한 A씨는 변호사 비용이 부담돼 직접 피의자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법무사에게 맡길지를 고민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신중한 접근을 전제로 직접 작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봤다. 조재평 변호사는 "도주의 고의가 없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증거를 첨부하여 직접 작성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정진열 변호사는 "무심코 기재한 표현 하나가 오히려 사고 인식을 자인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으며, 임승빈 변호사 역시 "직접 작성 시 무심코 적은 한 문장이 인식 인정의 근거가 되기도 하므로, 제출 전 점검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법무사는 '불법', 변호사는 '필수'…결정적 차이는 '법리 다툼'


비용 문제로 법무사 선임을 고려하는 A씨의 계획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법무사가 형사사건 피의자의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법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법원은 법무사가 형사사건 의견서를 작성했다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한 판례를 다수 남겼다.


정진열 변호사는 "법무사가 작성한 의견서는 사실 관계 나열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핵심인 '사고 오인의 합리성'을 증거와 연결하여 법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도주치상죄는 단순히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운전자가 '사고로 피해자가 다쳤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야 유죄가 성립한다. 즉,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임승빈 변호사는 "의견서는 무죄 방향을 다투는 첫 문서이자 이후 수사 판단의 기초가 되므로, 단순 사실 나열이 아니라 '왜 사고로 인식하지 못했는가'를 증거와 연결해 법리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라며 이는 변호사의 고유 업무 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의견서 먼저? 합의 먼저?"…섣부른 제출, '독' 될 수도


의견서 제출 시점과 피해자와의 합의 문제를 두고도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수사 초기에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의견서를 먼저 제출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고용준 변호사는 "첫 조사 전에 제출되어 수사관이 내용을 검토한 상태에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섣부른 제출은 위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진열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 내용이 확인되기 전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이후 피해자 진술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겼을 때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혐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또한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주한 변호사는 "합의를 시도한다고 해서 곧바로 범행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면서도 "다만 합의 과정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신중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결국 혐의를 다투는 사건일수록 의견서 제출, 합의 시도 등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전문가의 조력이 절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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