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뒤 찾아온 '헤르페스 성병'…항의하자 사과 대신 돌아온 '성폭행' 고소
하룻밤 뒤 찾아온 '헤르페스 성병'…항의하자 사과 대신 돌아온 '성폭행' 고소
데이팅 앱 만남 후 헤르페스 감염, 항의하자 성폭행범으로 몰린 남성. 법조계 '상해죄와 무고죄 동시 고소, 민사상 손해배상도 가능' 조언

데이팅 앱으로 만난 여성에게 헤르페스 성병이 옮은 남성이 항의하자, 여성이 오히려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하룻밤의 대가는 완치 불가능한 성병과 '성폭행범'이라는 누명이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여성에게 헤르페스 성병이 옮은 것도 모자라, 항의했다는 이유로 성폭행범으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한 남성의 기막힌 사연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성이 상해죄와 무고죄로 맞고소하고,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룻밤 뒤 찾아온 불치병...사과 대신 돌아온 '성폭행' 고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데이팅 앱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이 남성의 집에서 술을 마신 뒤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며칠 후 헤르페스 증상이 나타난 남성은 여성에게 연락했고, 여성은 자신이 헤르페스 보균자임을 인정했다. "콘돔을 사용하면 전염되지 않을 줄 알았다"는 황당한 변명과 함께였다.남성은 여성에게 헤르페스 보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을 인정하는 자필 진술서와 서명을 받고,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여성은 "큰 돈은 없지만 매달 차근차근 보상하겠다"며 사죄했다.
하지만 며칠 뒤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 강요, 여권 강탈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자필 진술서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거짓 주장과 함께였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본인에게 성병이 있음을 알면서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성병이 옮을 수 있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도 볼 수 있어, 적어도 상대방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음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로 상대방을 상해로 고소하여야 강간 혐의점을 벗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해'와 '무고' 동시 고소…형사·민사 '투트랙' 대응법
법률 전문가들은 남성이 여성에 대해 '상해죄'와 '무고죄'라는 두 가지 형사 고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병 감염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져 병을 옮긴 행위는 '상해죄'에 해당하며, 있지도 않은 성폭행을 꾸며내 신고한 것은 '무고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상대방이 본인의 헤르페스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성관계를 했다면 상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신고를 했다면 무고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남성이 확보한 자필 진술서, 영상 등의 증거를 적극 제출하며 맞고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 김전수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성폭행을 했다고 허위신고를 하였으므로 해당 수사를 잘 대응하여 혐의 없음 처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 불송치 결정서를 바탕으로 무고죄의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응 순서를 제시했다.
'콘돔 끼면 괜찮은 줄'...법원 "전염 가능성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
여성의 "콘돔을 끼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변명은 법정에서 통할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발언이 '전염 가능성을 인식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명확히 병을 옮기려는 의도(확정적 고의)가 없었더라도, '옮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었다면 '미필적 고의'(결과 발생을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감수한 심리 상태)에 의한 상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성병 전염에 대해 상해죄를 인정하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은 헤르페스 보균 사실을 알면서도 성관계를 가져 상대에게 병을 옮긴 남성에게 상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의사로부터 '성관계 시 상대방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성관계를 가진 점을 들어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상대방이 헤르페스 보유 사실을 인정하는 자필 진술서와 영상이 있다는 점, 보상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은 귀하에게 매우 유리한 증거"라며 상해죄와 무고죄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치료비에 위자료까지... 끝나지 않은 '민사' 책임
형사 처벌과 별개로, 남성은 여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헤르페스는 완치가 어려운 질병인 만큼, 최초 치료비는 물론 향후 재발에 따른 치료비,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청구 대상이 된다.법무법인 한원 고광욱 변호사는 "무고죄 및 상해죄로 고소를 진행하고, 민사소송 또한 제기하여 치료비, 위자료 등을 청구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앞서 언급된 광주지법 판례에서도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 질병의 특성 등을 고려해 1,5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는 "상해죄 혐의가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남성이 받은 정신적 충격과 앞으로 짊어져야 할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보상받을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성범죄 고소, 일단 불리... '감정적 대응 금물, 증거로 반격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을 경고한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성범죄는 일단 고소되면 불리하고 죄가 없어도 어느새 죄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적극적으로 무혐의를 주장하는 한편, 명백한 증거를 통해 무고 정황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캡틴법률사무소의 박상호 변호사 역시 "정말 황당한 사실관계로 많이 당황했을 것으로 예상되나, 감정적으로 수사에 대응해서는 안 되고 법리적으로 올바른 대응을 통해 무혐의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억울함에 호소하기보다,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