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믿고 1400평 땅 넘겼다가 팽당한 노모…가족 간 분쟁, 서류 없으면 말짱 도루묵
장남 믿고 1400평 땅 넘겼다가 팽당한 노모…가족 간 분쟁, 서류 없으면 말짱 도루묵
89세 노모, 장남에게 땅 뺏긴 이유는 '계약서' 부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생전에 물려준 27억 아파트도, 효도하겠다던 아들의 다짐도 법정에서는 치열한 분쟁 씨앗이 됐다.
부모가 살아생전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거나,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넘기는 이른바 '생전 증여'가 늘면서 가족 간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1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임태혁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실제 소송 사례들을 통해 상속과 증여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법적 쟁점을 조명했다.
"아버지가 준 내 집인데"⋯생전 증여도 유류분 청구 대상
2019년, 아버지는 사실상 전 재산인 시가 27억 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막내아들 부부에게 증여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 구순의 어머니와 네 명의 누나는 막내아들을 상대로 "우리 몫도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결과는 어머니와 딸들의 승소였다. 1심 법원은 지난 6월 막내아들에게 어머니 1억 2000만 원, 누나들에게 각 80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미 증여가 끝난 재산임에도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임태혁 변호사는 "생전 증여도 유류분 계산에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유류분 제도는 고인이 생전에 특정인에게 재산을 몰아주었더라도, 남은 가족들이 최소한의 비율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재판부는 아들에게 넘어간 아파트를 특별수익(미리 나눠준 상속재산)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속법이 항소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임 변호사는 개정법의 핵심을 "자격 없는 가족은 못 받게, 애쓴 가족은 더 받게"라고 요약했다.
만약 막내아들이 수십 년간 부모를 동거·간병하며 특별히 부양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면, 해당 아파트는 기여분으로 인정돼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89세 노모의 눈물⋯"효도는 말로만 해선 안 된다"
가족 간의 믿음이 법정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주는 사건도 있다.
충북 충주에 사는 89세 어머니는 장남을 상대로 1400평가량의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나를 모시는 조건으로 이름만 맡겨둔 것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어머니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어머니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법원이 본 건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흔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등기가 장남 명의로 되어 있고 세금 역시 장남이 납부한 반면, 부양을 약속한 효도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 간 소송일수록 법원은 철저히 서류와 기록에 의존한다.
임 변호사는 부양을 조건으로 재산을 넘길 때는 반드시 부담부 증여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면에는 ▲무엇을 주는지 ▲어떤 부양을 하는지(매달 생활비 금액 등 구체적 명시) ▲어기면 증여를 해제하고 반환한다는 조항이 필수적으로 담겨야 한다.
집 팔고 이사하는 고령층, 유언장 다시 써야 하는 이유
세제 개편과 부동산 대출 규제 역시 상속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생전에 집을 처분하면서 기존에 작성해둔 유언장 효력이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특정 자녀에게 집을 주겠다고 유언장을 썼으나, 집을 팔아 현금화한 뒤 사망한 경우 다툼이 발생한다.
임 변호사는 "유언장 뜻은 살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다시 쓰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현금화된 돈이 생활비 등과 섞이면서 유언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두고 지난한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언장을 다시 쓰는 건 반나절이면 되지만, 소송은 몇 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무주택 자녀에게 섣불리 주택 지분을 상속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 사망 후 집 지분의 10%를 상속받은 무주택자가 전세대출 연장 과정에서 1주택자로 분류돼 2억 원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법에서는 소수 지분권자를 무주택자로 배려하기도 하지만, 은행 대출 심사에서는 지분이 단 1%만 있어도 유주택자로 취급된다.
임 변호사는 "전세대출을 쓰는 무주택 자녀에게 지분을 주는 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짐을 지우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상속 전 대출 규제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