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접촉사고에 덜컥 준 합의금, '이것' 입증하면 돌려받는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순 접촉사고에 덜컥 준 합의금, '이것' 입증하면 돌려받는다

2025. 10. 14 12:0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원 "'착오'로 준 돈은 부당이득"...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아니면 형사합의 불필요

운전하다 단순 접촉사고를 낸 A씨는 상대방의 으름장에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건네주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덜컥 건넨 그 돈, 돌려받을 수 있다


단순 접촉사고 후 상대방의 으름장에 덜컥 수백만 원을 건넨 운전자 A씨. 뒤늦게 자신의 사고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과연 A씨는 이 돈을 되찾을 수 있을까?


12대 중과실 아니면 '형사합의'는 없다


A씨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법적 근거는 그의 사고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행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르면,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등 법이 정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할 때만 예외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A씨의 사고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상대방의 말에 겁을 먹고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민법 제109조가 규정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본다. 형사합의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돈을 보냈으니, 해당 합의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형사합의가 불필요한 사안임에도 착오로 합의금을 지급했다면, 이는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 즉 '부당이득'이 된다"며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없어도 '이 순서'만 지키면 승산 있다


문제는 '착오'로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돈을 건넨 A씨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약서 한 장 없이 구두로만 합의가 이뤄졌다면 막막할 수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포기하기 이르다고 조언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먼저 "합의서가 없더라도 당시 상황을 증명할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좌이체 시 '형사합의금'이라는 메모를 남겼다면, 이는 합의의 목적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소송에 앞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 변호사는 "'착오로 지급된 돈이니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다"며 "내용증명 발송 후에도 해결되지 않을 때 비로소 소액심판 등 비교적 간단한 소송 절차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법원도 인정한 '착오 합의', 속였다면 사기죄까지


법원 역시 A씨처럼 착오로 합의금을 지급한 경우, 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과거 서울고등법원은 아들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오해한 어머니가 피해자와 합의했으나, 아들이 무죄 판결을 받자 합의금 반환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99나39205 판결).


비록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합의의 중요한 전제가 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착오에 해당한다'는 법리는 A씨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형사처벌'이라는 합의의 전제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방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을 알면서도 고의로 A씨를 속여 돈을 뜯어냈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어 형사 고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 결국 실수로 건넨 합의금은 법적 절차를 통해 되찾을 수 있지만,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합의 시 금액과 목적을 명확히 기재한 서면을 남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