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샀더니 수리비 1900만원…잔금 전 본 누수, 매도인 주장대로 책임 없을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집 샀더니 수리비 1900만원…잔금 전 본 누수, 매도인 주장대로 책임 없을까?

2026. 08. 06 15:3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특약에 '현 시설물 상태 매매', 매도인은 1000만원 제안…잔금 후 발견된 추가 누수도 쟁점

주택 매수 후 심각한 누수 등 숨은 하자가 발견되면, '현 시설물 상태'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단독주택을 매수한 A씨. 잔금을 치르기 이틀 전, 매도인 B씨는 501호 작은방에 누수가 있다고 알려줬다. A씨는 B씨 측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잔금을 치르고 이사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전문업체 점검 결과, 해당 누수는 장기간 지속된 오래된 하자로 밝혀졌다.


수리 견적은 A씨 측 1200만 원, B씨 측 1500만 원이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잔금을 치른 지 약 2주 뒤에는 옥탑 주방과 5층 계단 천장에서 새로운 누수가 발견됐다. 이 부분에 수리비만 350만 원대가 추가됐다.


전체 복구 비용은 약 1700만~1900만 원으로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B씨는 계약서상 특약을 근거로 책임을 다투며 1000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수리비 폭탄을 맞게 된 A씨, 과연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누수 알고 잔금 치렀는데…'현 시설물 상태 매매' 특약의 효력은


A씨가 B씨와 맺은 매매계약서에는 두 가지 특약이 있었다. 제1조 '현 시설물 상태에서 매매한다'는 조항과 제13조 '잔금일 이전에 발생한 하자는 매도인이, 잔금일 이후 발생하는 하자는 매수인이 책임진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A씨가 잔금 지급 전 누수 사실을 알았고, '현 시설물 상태 매매' 특약에 동의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B씨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상산 채한규 변호사는 "'현 시설물 상태에서 매매한다'는 조항은 계약 당시 목적물의 현황을 전제로 한 것일 뿐,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전부를 면제하는 특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잔금 전 누수 사실을 알았더라도 매도인 B씨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누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하자가 장기간 지속된 구조적 문제이며 막대한 수리비가 든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법적으로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매수인이 하자의 정확한 원인·규모·고액의 공사비를 알고 계약 금액을 감액한 것이 아니므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잔금 후 발견된 '추가 누수', 매도인에게 청구 가능할까


쟁점은 또 있었다. 잔금을 치르고 약 2주 뒤에 발견된 옥탑 주방과 5층 계단 천장의 누수다. A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B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 누수 역시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매매계약의 하자 존부는 계약 성립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잔금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된 누수는 통상 계약 당시부터 존재했던 '숨은 하자'로 보기 때문이다.


한장헌 변호사는 "매수 후 6개월 이내에 발견된, 계약 체결 전 존재했던 은밀한 하자이므로 당연히 매도인에게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법은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582조).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역시 "옥탑 주방 및 5층 내부 계단 천장 누수는 잔금 당시 인지하지 못한 하자이므로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소송하면 1900만 원 다 받을까? "현실적인 합의가 유리할 수도"


그렇다면 A씨가 소송을 통해 1900만 원에 달하는 수리비 전액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조심스러웠다.


소송으로 갈 경우 법원이 건물의 노후도나 A씨가 누수 사실을 일부 인지했던 점 등을 고려해 매도인의 책임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한규 변호사는 "노후 건물 특성상 법원이 매도인 책임을 50~70% 수준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많다"며 "전체 복구비 기준 실제 인정액은 800만~1300만원 내외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소송 시 법원 감정인을 통한 원인 규명이 필수적인데, 이 감정 비용만 수백만 원이 선지출되고 시간도 1년 이상 소요된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현재 논의되는 금액 선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철 변호사는 "예상되는 책임 제한 비율과 감정 비용, 시간적 고통을 모두 고려하면, 현재 논의된 1200만원 선의 종결안이 소송 결과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