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에 찍었는데"…'아청물 제작' 덫에 걸린 시민
"정의감에 찍었는데"…'아청물 제작' 덫에 걸린 시민
미성년자 성매매 증거 촬영, '무기징역' 중범죄 될 수도

공익 목적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현장을 촬영해 신고한 시민이 '아동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경고가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
"불법을 보고 참을 수 없었습니다." 공익적 목적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현장을 촬영해 신고한 시민이 거꾸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선한 의도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의 덫이 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 증거 수집을 위한 불법 촬영의 정당성 범위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증거 확보하려 했을 뿐"…한순간에 피의자로
사건은 한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에서 시작됐다. 그는 얼마 전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성매매로 의심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불법 행위를 신고하기 위해선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 휴대전화를 꺼내 몰래 촬영에 나섰다.
영상에는 성행위 중인 성인의 얼굴과 성기, 미성년자의 가슴과 일부 노출된 성기가 담겼다. 촬영 직후 그는 현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불법 행위를 중단시켰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일관되게 "증거 확보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격이 들어왔다. 영상에 찍힌 미성년자가 "동의 없이 촬영했다"며 그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의 구현을 위한 행동이 그를 순식간에 성범죄 피의자로 만들었다.
변호사들 "목적 좋아도 '무기징역' 아청법 위반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의 행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착취물 제작죄'라는 무거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아청물 제작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로, 피해자의 동의 여부나 촬영자의 주관적 의도만으로는 쉽게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율섬 남기용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증거 수집'이나 '공익적 목적'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동의 없는 촬영은 유죄로 판단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라며 법원의 엄격한 잣대를 설명했다.
수사 단계부터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청목 김정호 변호사는 "말씀드린 것처럼 수사기관은 ‘촬영할 시간에 신고를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정당행위를 쉽게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수사기관의 회의적인 시각을 짚었다.
유일한 희망 '정당행위' 주장, 그러나 면책은 '글쎄'
물론 범죄 증거 수집이라는 목적을 내세워 형법상 '정당행위'를 주장하며 위법성을 벗어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증거 확보 목적이라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면책 가능성이 있으나, 개인이 임의로 촬영한 상태에서 미성년자가 촬영 사실을 문제 삼으면 법적 위험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신고 목적으로 제출했더라도 처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 또한 "다만 즉시 촬영을 중단하고, 유포 없이 곧바로 경찰에 제출한 점은 양형에 참작될 사정입니다"라고 말해, 해당 행위가 무죄의 근거가 되기보다는 처벌 수위를 정할 때 고려될 사안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시민의 선한 의도가 법의 심판대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초기 수사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법적 대응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