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도 말 못해"...BJ에 5만원 보냈다가 '성착취 공범' 될 위기
"가족에게도 말 못해"...BJ에 5만원 보냈다가 '성착취 공범' 될 위기
법조계 "범행 몰랐다면 고의성 입증 불가... 참고인 조사 그칠 것, 일관된 진술이 방패"

팬심으로 인터넷 방송 BJ에게 보낸 후원금이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끔찍한 범죄의 자금줄이 됐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A씨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인터넷 방송 BJ에게 5만원을 후원한 시청자가 미성년자 성착취 방송의 방조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평범한 회사원 A씨의 일상은 단돈 5만원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팬심으로 보낸 후원금이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끔찍한 범죄의 자금줄이 됐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가족에게도 말 못 하고 있습니다."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착취 방조범'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사건은 지난 7월 13일 새벽 0시 30분, A씨가 한 인터넷 방송인(BJ)의 계좌로 5만원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입금자명에 '첫개시'라는 단어를 적어 넣은, 평소와 다름없는 소액 후원이었다.
평온했던 A씨의 일상은 며칠 뒤 한 편의 뉴스로 지옥이 됐다. 자신이 후원했던 바로 그날, 해당 BJ가 미성년자를 화면에 내세워 '키스하기', '말타기' 같은 성적 행위를 시키는 '후원 룰렛' 방송을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방송을 전혀 보지 못했던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경찰이 BJ의 계좌를 추적하면 자신의 이름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했다.
A씨는 "만약 미성년자 관련 방송인 줄 알았다면 바로 끄고 후원조차 안 했을 것"이라며 "경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연락이 올지, 100% 유죄가 되는 건 아닌지 너무 두렵다"고 토로했다.
단순 후원도 처벌 대상?... '고의성'이라는 높은 벽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의 방조범(범죄를 옆에서 도와준 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방조죄의 칼날이 목을 겨누려면, '정범(주된 범죄자)의 범죄를 알면서도' 그 범행을 '도와주려는 명백한 의도(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보냈다는 객관적 사실만으로는 범죄의 조각을 완성할 수 없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범죄가 성립하려면 A씨의 후원이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을 돕기 위한 의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며 "당시 방송 내용을 몰랐고 평소 습관처럼 송금한 것이라면 범죄 성립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경찰 연락 오면 피의자인가요?... "참고인 조사, 일관된 진술이 핵심"
경찰이 BJ의 계좌를 샅샅이 훑는 과정에서 A씨에게 연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때 A씨의 신분은 범죄 혐의가 짙은 '피의자'가 아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참고인'일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후원 계좌를 추적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므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려면, 방송 내용과 미성년자 출연 사실을 알면서 후원했다는 뚜렷한 정황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A씨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해당 시간에 방송을 보지 않은 사실 ▲미성년자 성착취 방송인 줄 전혀 몰랐다는 점 ▲평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후원해왔다는 점 등을 차분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라고 조언했다.
'나는 몰랐다'는 항변, 법원은 믿어줄까?
법원의 판례 역시 '고의' 없는 방조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 대법원은 과거 "간첩에게 숙식을 제공했더라도 '행위자에게 간첩 활동을 도울 의사가 없었다면' 간첩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66도1661 판결). 범죄인 줄 모르고 한 선의의 행동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는 확고한 원칙이다.
결론적으로 A씨가 미성년자 성착취 방송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미필적 고의(범죄 발생 가능성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용인하는 심리 상태)'조차 입증되지 않는 한, 그의 후원 행위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한순간의 팬심이 범죄 연루 의혹으로 번진 이번 사건은, 결국 법의 심판이 '알고도 도왔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 앞에 멈춰 선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A씨의 사례는 수많은 온라인 후원자들에게 자신의 '팬심'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그 책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