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모셨는데 1/N 하자니"…100세 부친 유산 지킬 묘안은
"35년 모셨는데 1/N 하자니"…100세 부친 유산 지킬 묘안은
유언장 없으면 35년 봉양도 '물거품'…'유류분' 분쟁 막을 최후의 전략

막내딸인 A씨의 어머니가 100세 아버지를 35년간 홀로 부양했지만, 다른 형제들이 재산의 동일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100세 아버지를 35년간 홀로 모셨지만, 다른 형제들은 법대로 재산을 똑같이 나누자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기여분' 인정이 매우 까다롭다며, 아버지의 의사 능력이 있을 때 '공정증서 유언'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유언장도 만능은 아니다. 모든 재산을 지킬 수 없는 '유류분'이라는 최후의 복병을 피할 묘안은 없을까? 변호사들의 답변에서 해법을 찾아봤다.
"35년간 홀로 부양했는데…돌아가시면 똑같이 나누자는 형제들"
5남매 중 막내인 어머니와 함께 35년간 할아버지를 부양해온 A씨의 사연이다. 1925년생, 올해 100세를 맞은 할아버지의 재산은 서울에 있는 집 한 채가 전부. 가족은 이 집을 전세 주고, 그 보증금으로 다른 전셋집을 구해 할아버지를 모시며 살아왔다.
문제는 할아버지 사후를 대비한 유언장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할아버지는 막내딸인 어머니나 손자인 A씨에게 모든 재산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100세가 넘은 나이 탓에 거동이 불편하고 의사소통도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네 형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법대로 똑같이 나누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가 그동안 고생하신 게 있는데 동일하게 가져가려고 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효도는 당연한 의무'?…법정에서 인정받기 힘든 '기여분'
현행법상 유언이 없으면 자녀들은 부모의 재산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법정상속). A씨 어머니처럼 특정 상속인이 고인을 특별히 부양했을 때 더 많은 몫을 주장하는 '기여분' 제도가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김의지 변호사는 "35년간의 부양도 자녀로서의 당연한 의무로 판단될 수 있어, 특별한 기여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씨 가족이 할아버지의 자금으로 전세를 구해서 지내왔다는 점이 상대방 측의 기여도 반박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운의 김태운 변호사 역시 "기여분은 단순히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피상속인의 기여정도에 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입증을 통해 피상속인의 부양이 통상적인 부양 정도를 초과하는 특별한 희생으로 부양하였다는 점이 인정될 때, 비로소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입증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뜻, 어떻게 남겨야 할까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아버지의 뜻'을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로 남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다.
법무법인 인화 최경섭 변호사는 "할아버지께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라면 유언공증을 하는 방법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권했다. 공증인이 증인 2명과 함께 유언자의 의사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내용을 작성하므로, 추후 다른 상속인들이 유언의 효력을 문제 삼기 어렵다.
'생전 증여'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조수진 변호사는 상속보다 증여가 분쟁 예방에 유리할 수 있다며, 할아버지의 의사능력을 입증할 의료진단서와 35년간의 부양 사실 증빙자료를 미리 준비해 둘 것을 조언했다.
유언장도 뚫는 '유류분'…분쟁 막는 최후의 전략은?
할아버지가 A씨 어머니에게 모든 재산을 남긴다는 유언장을 작성해도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형제들이 법으로 보장된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남매의 경우, 각자의 법정상속분은 1/5이므로 유류분은 그 절반인 1/10이다. 즉, 다른 형제 4명은 재산의 총 40%(각 10%씩)에 해당하는 몫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 박수진 변호사는 유류분 소송을 피할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딸에게 다 준다고 하면 나중에 유류분 소송을 피할 수 없으므로, 유류분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류분에 해당하는 10%씩을 다른 자식들에게도 주는 것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라고 제안했다. 미리 최소한의 권리를 챙겨줌으로써 더 큰 분쟁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