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님 빚' 2년 만에 날아온 독촉장, 올바른 대처법은?
'돌아가신 부모님 빚' 2년 만에 날아온 독촉장, 올바른 대처법은?
전문가들 만장일치 "섣부른 응답은 금물, 서면으로 증거부터 요구하라"

부모 사망 후 몰랐던 빚 독촉장을 받을 경우, 섣불리 연락하거나 채무를 인정해선 안 된다. / AI 생성 이미지
부모님 사망 2년 후, 존재조차 몰랐던 대부업체로부터 날아든 채무이행 통지서 한 장. 상속을 단순승인했던 20대 상속인은 갑작스러운 빚 독촉에 큰 혼란에 빠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섣불리 채무를 인정하거나 변제 의사를 밝히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른 신중한 대응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유령 채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법률가들의 조언을 통해 짚어본다.
2년 만의 '유령' 독촉장... "이 빚, 제게 넘어온 건가요?"
20대 초반 A씨는 23년 9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정부의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상속을 '단순승인'했다. 부모님 명의의 집에서 계속 살며 해당 주택의 담보대출(산림조합)은 상속받아 성실히 상환해왔다. 부모님의 다른 생활비 대출은 지난 2년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26년 2월 9일, '○○○대부'라는 낯선 곳에서 채무를 이행하라는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통지서의 채무자 명의는 돌아가신 부모님 그대로였고, A씨의 신용정보를 조회해도 해당 빚은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대부 고객센터는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를 않고 연락도 안되며, 채권추심 수탁자인 ○○○신용정보 라는 곳도 전화전호만 적혀있을뿐 전화도 안됩니다"라며 "이런 경우에는 저에게 빚이 넘어온건지 아니면 넘겨받지 않아도 되는건지 궁금합니다..."라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마세요"…변호사들의 첫 번째 철칙
상황을 접한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첫 대응으로 '무대응'을 꼽았다. 섣불리 채권자와 접촉해 채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할 경우, 자칫 소멸시효 중단 등 법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우선은 무대응 하시기 바랍니다. 대부업체가 채권이 있다면 소송을 진행할 것이고, 그 소송절차에서 소장 내용을 확인해서 대응하시면 됩니다"라고 단호하게 조언했다.
법무법인 클래식 오대호 변호사 역시 "현재 상황에서 해당 채무가 A씨에게 법적으로 확실히 상속된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우선은 상대 업체의 연락에 일일이 대응하지 마시고 차분히 지켜보시길 권유드립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강조했다.
채권자가 법적 권리가 있다면 소송을 통해 채무의 존재와 상속 사실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몰랐던 빚' 구제책…3개월 내 '특별한정승인'을 기억하라
전문가들은 무대응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법적 구제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속을 단순승인하면 원칙적으로 모든 빚을 떠안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특별한정승인' 제도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상속개시 당시 존재했던 부모님의 채무를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했다가 이제야 그 존재를 알게 된 경우라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특별한정승인을 청구하여 상속 채무를 상속재산 범위 내로 한정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A씨는 상속받은 재산(집 등)의 가치만큼만 빚을 갚을 책임을 지게 되어, 개인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도 "돈을 보내거나 '갚겠다'는 말을 먼저 하지 말라"며, 특별한정승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섣부른 채무 인정을 피할 것을 경고했다.
소송 대비의 핵심, '내용증명'으로 채무 근거부터 확보하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채권자에게 채무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먼저 내용증명으로 대부사 및 추심사에 원금·이자 내역, 발생 근거, 채권양도 사실과 통지(민법 제450조) 또는 위임관계 증빙을 서면으로 요구하시길 권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전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면으로 정확한 증빙 자료를 요청해 향후 법적 분쟁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해 법원 서류를 받게 될 경우의 대응도 중요하다. 고준용 변호사는 "만약 추후 채권자가 법원에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제기하여 A씨에게 법원 서류가 송달된다면, 지정된 기간 안에 이의신청이나 답변서 제출 등의 대응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라며, 이를 놓칠 경우 패소로 채무가 확정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