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명과 5명 사이…해고의 운명 가르는 ‘숫자 게임’
직원 4명과 5명 사이…해고의 운명 가르는 ‘숫자 게임’
“하루 차이로 부당해고 갈릴 수도”…5인 미만 사업장 꼼수 해고 논란

5인 미만 사업장 규정을 악용해 페이닥터를 해고하려는 병원의 꼼수가 논란이다. /AI 생성 이미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페이닥터 해고를 계획 중인 병원. 하지만 직원 수는 4명과 5명을 오락가락하며 단 며칠 차이로 ‘부당해고’와 ‘합법해고’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년도 못 채우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의사는 ‘1년 안에 퇴사해도 퇴직적립금을 준다’는 계약서 조항을 믿고 버틸 수 있을까. 변호사들이 말하는 해고 ‘숫자 게임’의 함정과 노동자의 생존 전략을 짚어봤다.
4명이냐 5명이냐…해고의 운명을 가르는 ‘숫자 게임’
최근 한 페이닥터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고용주가 경영 부진을 핑계로 자신을 해고하려는 계획을 알게 됐다.
A씨가 일하는 병원은 직원이 4명과 5명을 오가고 있었다. 작년 12월 31일 직원 1명이 퇴사해 4명이 됐다가, 올해 1월 20일경 다시 1명이 입사해 5인이 된 것이다.
A씨는 고용주가 일부러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시기를 골라 자신을 해고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조항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A씨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히 해고 통보 시점의 인원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중앙이평의 지하림 변호사는 “해고일을 기준으로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수를 산정하여 5인 이상이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1개월 동안의 근로자 수를 파악해 5인 미만인 날이 1/2 미만이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즉, 해고일 직전 한 달간 4명으로 일한 날이 절반을 넘는 시점에 해고가 이루어진다면, 법적으로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이주헌 변호사 역시 “만약 1월 30일경 해고 통보를 받는다면, 산정 기간 내에 5인 미만 가동 일수가 1/2을 초과하게 되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년 내 퇴사해도 준다’는 퇴직금, 계약서는 유효할까?
A씨의 불안은 퇴직금 문제로 이어진다. A씨는 근로계약서에 “원래 받기로 한 돈의 약 8%는 퇴직연금으로 하고, 대신 사업주는 직원이 1년 안에 퇴사하더라도 퇴직적립금은 일하는 동안 지급하기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1년을 못 채우고 해고될 위기에 처하자, 이 약속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변호사들은 이 조항이 A씨에게 유리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으로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해야 발생하지만, 근로계약서에 특별히 유리한 조건의 약정을 맺었다면 그 계약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김일권의 김일권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에서 원래 받기로 한 돈의 8%를 퇴직연금으로 하였기 때문에, 의뢰인이 사업주에게 퇴직적립금을 청구하여 받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주헌 변호사도 “이는 법정 퇴직금이 아닌 '약정된 금품(임금 성격)'으로서 민사상 청구가 충분히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해고의 부당성과는 별개로 계약서에 명시된 돈은 임금의 일부로 보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