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만 까딱하고 쌩?”…'경미'하다며 뺑소니 뭉갠 경찰, 대법원 판례와 정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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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만 까딱하고 쌩?”…'경미'하다며 뺑소니 뭉갠 경찰, 대법원 판례와 정면 배치

2026. 01. 02 12:4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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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친 줄 몰랐다”면서 “놀란 것 같아 고개 끄덕였다”는 운전자의 모순된 진술. 경찰은 '경미한 사고'라며 외면했지만, 법조계는 '미필적 고의'가 입증된 명백한 도주치상이라며 상해진단서 확보와 정식 고소를 촉구했다.

차에 부딪힌 후 운전자가 별다른 조치 없이 떠나 뺑소니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가벼운 사고'라며 반려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차에 몸을 부딪혔지만 운전자는 고개만 까딱하고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가벼운 사고'라며 뺑소니가 아니라고 했지만, 법조계의 판단은 달랐다.


차에 몸을 부딪혔지만, 운전자는 차창 너머로 고개만 까딱할 뿐이었다. 사과도, 괜찮냐는 질문도 없었다. 운전자는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황당한 마음에 뺑소니로 신고했지만, 돌아온 경찰의 답변은 더 기가 막혔다. “가벼운 사고라 안 됩니다.”

과연 법은 이토록 가벼운 책임만을 물을까. 한 시민의 억울함이 뺑소니의 법적 기준을 정면으로 겨눴다.



“깜짝 놀란 것 같아 고개만 까딱”…운전자의 해명, 뺑소니 증거 될까?


사건의 실마리는 가해 운전자와의 통화 녹취에 담겨 있었다. 피해자가 경찰관의 전화기를 통해 운전자와 통화할 당시, 운전자는 “차로 친 줄은 몰랐다”면서도 “(피해자가) 깜짝 놀란 것 같아서 차에 타있는 상태에서 고개만 깜빡였다”고 말했다.


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은 역설적으로 뺑소니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가해자가 통화에서 사고 발생을 인지했으나 단순히 고개만 끄덕이고 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한 것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년간 경찰 교통사고조사팀장으로 근무했던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 역시 “'깜짝 놀란 것 같아서 고개만 깜빡였다'고 언급한 점은, 사고 발생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즉, 운전자가 무언가 사고 상황이 발생했음을 스스로 인식했다는 '미필적 고의(범죄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용인하는 심리 상태)'를 드러낸 셈이다.




경찰의 벽 “가벼운 사고는 뺑소니 아냐”…대법원 판례는 다르다


피해자를 더 좌절시킨 것은 '가벼운 사고'라는 이유로 뺑소니 성립에 부정적인 수사 기관의 태도였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다. 경찰은 사고의 '경중'을 따졌지만, 대법원은 운전자의 '인식'과 '도주' 여부를 기준으로 뺑소니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뺑소니는 '도주치상'이라 불리는데, 이는 '도주'와 '치상(상해를 입힘)'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성립한다.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현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는 도로교통법상 뺑소니에 해당된다”며 운전자의 구호 조치 의무를 강조했다.


여기서 핵심은 '치상'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전수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상해죄가 인정되어야 성립하는 범죄”라며 “아주 경미한 통증이라도 의사의 진단서가 있다면 '구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상해진단서 발급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경찰 전화기 속 녹음파일”…결정적 증거, 확보할 수 있나?


그렇다면 운전자의 모순된 진술이 담긴 '경찰 전화기 속 녹음파일'은 확보할 수 있을까. 다행히 길은 있다.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통해 해당 녹음파일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관이 공무수행 중 확보한 증거이므로, 피해자는 사건 관계인으로서 해당 기록을 열람하고 복사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권리가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관의 전화로 이루어진 통화 녹음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획득된 증거이므로,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억울한 피해자, '나 홀로' 싸움 끝내려면?


'나 홀로' 싸움에 지친 피해자에게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3단계 액션 플랜'을 주문했다.


첫째, 즉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통증이 경미하더라도 병원 진료 후 진단서를 확보하는 것이 '치상'을 입증하는 첫걸음이다.


둘째,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운전자와의 통화 녹취, 주변 CCTV, 목격자 진술 등은 '도주'와 '사고 인식'을 증명할 강력한 무기다.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통해 경찰관의 통화 녹음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정식 고소장으로 수사기관을 움직여야 한다. 윤형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중)는 “경찰이 소극적이라면 마냥 기다려선 안 된다”며 “확보된 증거를 첨부해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해야만 사건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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