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여친 1500만원 갈취·성영상 협박…그 남자는 풀려났다
지적장애 여친 1500만원 갈취·성영상 협박…그 남자는 풀려났다
법원, 구속영장 기각…전문가들 “구속이 면죄부 아냐, 성범죄·가중처벌 가능”

지적장애 여친인 A로부터 1500만원을 뜯고 성관계영상으로 협박한 남성이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장난이었다” 그 남자는 풀려났다…지적장애 여친 1500만원 뜯고 성영상 협박한 혐의
지적장애 여성을 상대로 1500만 원을 뜯어내고 성관계 영상으로 협박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장난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법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는 순간이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지옥이 된 1500만원”
지적장애 3급인 A씨에게 교제하던 남성 B씨는 악몽 그 자체였다. B씨는 A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협박을 일삼으며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A씨가 관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금전을 요구하는 횟수와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A씨는 불법 대출과 개인 사채까지 끌어다 약 39차례에 걸쳐 총 1500만 원가량을 B씨에게 이체했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에 시달리던 A씨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구조되어 치료를 받던 중, A씨는 가족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가족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구속영장은 왜 기각됐나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B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A씨의 성관계 영상과 노출 사진이 발견된 것이다. 특히 B씨는 처음 돈을 요구할 당시 “인터넷에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관련 증거도 확보했다. 담당 형사는 이를 중범죄로 보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법원은 "동영상 협박이 1회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이를 성범죄로 단정해 구속할 사유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각 사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공식적인 영장 기각 사유서 내용이 아닌, 수사기관을 통해 재구성된 설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치장에서 풀려난 B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사귀는 사이에 장난이었고, 지적장애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장애인인 줄 몰랐다?”…법의 심판은 가능할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B씨에게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쟁점은 세 가지로 나뉜다.
① "구속 기각은 면죄부 아니다"
먼저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백창협 변호사(법무법인 오른)는 “구속은 수사와 재판을 위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절차일 뿐”이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고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은 계속된다는 의미다.
② "영상 협박, 한 번이라도 성범죄"
성관계 영상 협박이 단 1차례였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성관계 영상을 이용한 협박이 1차례라도 있었다면, 이는 성폭력처벌법상 처벌 가능한 중요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 역시 “돈을 요구하며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했다면 이는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이용협박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설령 영상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명백한 별개의 범죄라는 것이다.
③ "'장애인인 줄 몰랐다'는 주장, 통할까?"
B씨의 ‘장애인인 줄 몰랐다’는 주장도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태 변호사는 “장애인 여부를 알았다면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이 추가돼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승윤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피해자의 지적장애 관련 의료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면 피의자의 주장을 반박하고 엄벌을 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해자는 변호사 선임했는데”…피해자 가족의 막막함, 해결책은?
가해자가 법률 전문가를 통해 적극 방어에 나선 만큼, 피해자 측 역시 변호사의 조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피의자가 변호인을 통해 적극 방어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측도 법률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하 변호사(디에이치 법률사무소)는 “수사관이 혐의점 방향성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잡은 것으로 보여 이를 바로 잡을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며 전문가 개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남언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빈센트)는 “형사 절차 외에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여 갈취당한 1500만 원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착취와 '장난'이었다는 변명 사이에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을 넘어, 우리 사회의 법망이 지적장애인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을 겨냥한 지능적 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