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절도 후 80만원 합의, '처벌불원서' 제출은 누가?
자전거 절도 후 80만원 합의, '처벌불원서' 제출은 누가?
전문가들 "피해자 직접 제출이 원칙… 가해자 대리 제출도 가능, 입금 내역이라도 챙겨야"

자전거 절도 혐의로 고소된 A씨는 합의금을 보냈지만 처벌불원서를 받지 못해 전과자 위기에 놓였다. /셔터스톡
"돈은 보냈는데, 합의서가 없어요"…자전거 훔친 뒤 '날벼락' 맞은 남자의 호소
자전거 절도 혐의로 고소된 A씨가 피해자와 금전 합의는 마쳤지만, 정작 처벌 수위를 낮출 '처벌불원서'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순간의 잘못으로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A씨는 전문가들에게 다급한 질문을 던졌다.
A씨의 악몽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됐다. 그는 자전거를 훔친 혐의로 형사 고소됐고, 휴일이 지난 뒤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담당 형사를 통해 피해자의 연락처를 받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다행히 피해자와 연락이 닿았고, 자전거 값 40만원에 위자료를 더한 총 80만원에 합의하기로 했다.
A씨는 약속한 80만원을 곧바로 피해자의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피해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직접 만남이 불발되면서, 합의 사실을 증명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지 못한 것이다.
경찰 조사는 코앞으로 다가왔고, A씨는 돈만 보내고 아무런 서류도 없는 이 상황이 처벌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합의금만 보내면 끝? '처벌불원서'가 진짜 열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벌불원서'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절도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수사기관이 기소할 수 있는 범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님)다. 하지만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거나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양형 사유'가 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변호사 조력을 통해 안전한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여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무리함으로써 절도 전과가 남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초범이고 피해 회복이 완전히 이뤄졌다는 점이 인정되면, 검찰 단계에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전과 기록을 피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피해자가 바쁘다는데… 합의서, 내가 대신 내도 될까?
그렇다면 피해자가 바빠서 서류를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원칙적으로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피해자가 직접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피해자가 직접 작성하여 경찰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협조만 있다면 A씨가 서류를 대신 제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윤관열 변호사는 "피해자로부터 작성된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아 경찰에 대신 제출할 수도 있다"며 "경찰 조사 전에 피해자에게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고, 서류를 이메일이나 택배로 받아 경찰에 지참하는 것이 좋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자필로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서 서명하고 신분증 사본과 함께 문자, 이메일 등으로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기 바란다"며 "개인정보 이슈 때문에 A씨에게 전달하기 힘들다면, 바로 경찰에게 이메일 등으로 전달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확인된 서류라면 가해자가 대리 제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이런 조언을 뒷받침한다.
서류 없이 조사받게 되면… 최후의 보루는 '이것'
만약 경찰 조사 전까지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서류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무법인 창세의 박영재 변호사는 "경찰 조사 전에 합의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증빙 자료(입금 내역 등)를 준비하여 경찰 조사 시 제출하고, 추가로 피해자와 협의하여 서류를 보완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합의서라는 공식 문서는 없더라도, 80만원을 이체한 금융거래내역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된다. 안영림 변호사는 "사건 처리가 용이하려면 처벌불원서가 제출되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갈수록 피해자의 협조를 받기 어려우므로 가급적 빨리 받으시기를 추천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순간의 잘못으로 전과자가 될 기로에 섰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발 빠른 후속 조치가 그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