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 비난하며 성추행…파혼한 약혼녀,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나
"쫄보" 비난하며 성추행…파혼한 약혼녀,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나
남성 성범죄 피해, 법적 쟁점은? 전문가들 "명백한 거부 있었다면 강제추행…객관적 증거 확보가 관건"

약혼녀의 외도로 파혼한 남성이 전 약혼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AI생성 이미지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의 외도로 파혼한 남성이 되려 그 여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A씨의 사연은 충격적이다. 그는 예비신부 B씨가 다른 남성과 나체로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파혼을 통보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던 A씨에게 B씨는 "얘기 좀 하자"며 계속 연락해왔고, 결국 B씨의 집 근처에서 만나게 됐다.
B씨는 "트라우마 얘기를 해주겠다"며 A씨를 집으로 이끌었고,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서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혼자 술을 마시던 B씨는 "옷 좀 벗어, 안 그럼 얘기 안 해"라며 A씨를 압박했다. 감정이 벅차올라 울음을 터뜨린 A씨를 B씨는 안아주다 돌연 귀를 핥는 등 성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A씨가 어깨를 잡고 밀어냈지만, B씨는 "키스해줘", "하고 싶어"라며 중요 부위를 만지려 했다.
A씨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데 난 저 방에 못 들어간다"며 완강히 저항했다. 계속되는 추행 시도에 A씨가 자리를 뜨려 하자, B씨는 그를 '쫄보'라 비난하며 새벽 내내 다시 와달라고 전화했다. 다음 날 아침, B씨는 돌연 A씨를 차단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A씨는 현재 극심한 성적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거부했는데도 강제로... 성추행죄 성립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연이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접촉이 핵심이다.
한 변호사는 "상대방이 A씨의 의사에 반해 신체 접촉(귀를 핥거나 중요부위를 만지려는 시도 등)을 한 점, 이를 반복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은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 역시 A씨가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해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며, 남성 피해자 역시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증거는 진술뿐... 무엇으로 입증해야 하나
문제는 입증이다. 두 사람만 있던 밀실에서 벌어진 일이라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증거가 A씨의 진술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고소장 접수 단계부터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여야 절차가 적절히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객관적 증거 확보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객관적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신과 진료 기록 ▲추행 당시 거부 의사를 표시했던 정황(메시지, 통화 등) ▲기타 디지털 증거자료 등을 꼼꼼히 보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혼 책임 물어 위자료 청구도 가능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길도 열려 있다. 파혼의 원인을 제공한 B씨와 상간남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는 "외도한 약혼녀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혼인할 약혼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하였다면 상간남에게도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역시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사유가 될 수 있다.
법조계는 A씨의 용기 있는 고백이 성범죄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인 남성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과거 연인 관계였던 점과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사기관이 편견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상대방의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법리적 검토가 완료된 고소장을 정식 제출해야 한다며 철저한 법적 준비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