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된 폰 속 200개 녹음파일, 족쇄인가 열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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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된 폰 속 200개 녹음파일, 족쇄인가 열쇠인가?

2026. 03. 10 17: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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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했다'는 여성의 주장…녹음파일, 반격의 열쇠 될까?

대화 녹음으로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남성은 별건 수사를 우려하면서도, 해당 녹음이 상대 여성의 거짓 진술을 뒤집을 증거가 되리라 기대한다. / AI 생성 이미지

여성과의 대화를 녹음했다는 이유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당한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200개에 달하는 다른 녹음 파일이 '별건 수사'의 덫이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동시에 상대 여성의 거짓 진술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교차하는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디지털 포렌식 절차에서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영장 범위를 벗어난 위법 수사를 방어하는 것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사관이 내 폰을 마음대로?"…포렌식의 원칙과 현실


사건의 시작은 압수수색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남성은 수사관이 정식 포렌식 절차를 밟기도 전에 휴대전화 전원을 켜서 문제의 파일을 미리 들어봤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대섭 변호사는 "형사소송법과 대법원의 전자증거 수집 원칙상, 압수한 스마트폰을 소유자의 참여나 정식 추출 절차 없이 수사관이 임의로 조작하여 파일을 열어보는 것은 증거의 무결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만약 그렇게 했다면 훗날 법정에서 그 증거를 쓰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수사관들이 무리하게 전원을 켜서 파일을 미리 확인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홍윤석 변호사는 "실무상 핸드폰 잠금이 해제되어 있었다면 미리 확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현실적인 가능성을 남겨뒀다.


"없는 죄도 생길 거 같은데"…별건 수사의 덫이 될까


남성의 더 큰 공포는 휴대전화에 담긴 200개에 가까운 다른 녹음 파일들이었다. 그는 "수사관이 해당 본건과 관련없는 다른 녹음 파일들을 들어보고 일일히 따지고 캐물으면, 없는 죄도 생길거 같은데"라며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무관한 파일은 원칙적으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이와 관련, "따라서 본건과 무관한 녹음파일까지 청취하며 별개의 범죄를 추궁하는 것은 제한되어야 합니다"라고 원칙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실무적으로는 디지털 기기 포렌식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범위까지 무분별하게 탐색, 분석을 진행하여 여죄에 대한 추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한만큼, 반드시 변호사 조력 하에 포렌식, 탐색, 분석 범위를 철저히 제한하여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라고 현실적인 위험성을 경고했다.


변호사들은 포렌식 절차에 직접 참여해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참여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거부 정황 없음"…거짓 진술 뒤집을 '결정적 증거'


상대 여성은 수사 과정에서 남성의 요구를 "몇번 거부했다"고 진술했지만, 남성은 녹음 파일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이 녹음 파일의 존재를 믿지 않아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녹음 파일이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대섭 변호사는 "이 녹음 파일에서 여성의 거부 의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귀하의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라고 진단했다.


홍윤석 변호사 또한 "녹음에 거부 정황이 없음이 확실하다면, 이는 상대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강력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사건의 재구성 "녹음이 아니라 불법촬영으로 신고됐을 것"


한편, 민경철 변호사는 사건의 전제를 뒤흔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둘이 있을 때 녹음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라고 단언하며, 대화 당사자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 변호사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고소인 측에서 질문자님에게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를 씌워 신고했을 가능성입니다"라며, 고소인이 '녹음'을 '불법 촬영'으로 왜곡해 허위 신고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만약 포렌식 결과 불법 촬영물 없이 적법한 녹음 파일만 발견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될 수 있다.


민 변호사는 "만약 수사기관의 포렌식 결과, 고소인이 주장한 불법 촬영물은 존재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적법한 녹음 파일만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고소인이 질문자님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촬영 사실이 없음에도 이를 허위로 신고한 것이 객관적으로 증명됩니다"라며 이는 형법상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이 수사 절차에 대한 단순 방어를 넘어, 상대방의 허위 고소에 대한 반격까지 가능한 복합적인 양상을 띠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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