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한마디에 실형 위기…벼랑 끝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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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한마디에 실형 위기…벼랑 끝 택시기사

2026. 02. 19 11:1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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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사고 후 불리한 진술, 과거 전력까지 겹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낸 택시 기사가 "스쿨존인 줄 몰랐다"는 불리한 진술 등으로 실형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개인택시 기사가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후 “스쿨존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이 덫이 되어 돌아왔다. 피해 아동은 다리 수술을 받았고, 설상가상 과거 중상해 사고 전력까지 드러나며 '민식이법'에 따른 실형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1천만 원 한도의 운전자보험과 수천만 원을 넘나드는 형사 합의금 사이에서 그의 생업이 흔들리고 있다.


"몰랐다, 못봤다"…스스로 옭아맨 진술의 덫


사건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던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좌회전하다 한 아이를 운전석 앞바퀴로 들이받았다. 그는 즉시 병원으로 아이를 옮기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일주일 뒤 아이 부모는 A씨를 12대 중과실 위반으로 정식 신고했다. 피해 아동은 다리에 핀을 박는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A씨는 조사 당시 “어린이보호구역인지 몰랐다”, “불법주정차 사이에 미쳐 피해아동을 못봤다”고 진술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이 진술들은 법의 심판대 위에서 그에게 가장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허동진 변호사는 "어린이 보호구역인지 몰랐다거나 손님을 보느라 아이를 못 봤다는 진술은 과실을 자백한 꼴로 매우 불리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아람 변호사 역시 "특히 손님을 보느라 아이를 못 봤다는 진술은 전방 주시 태만을 자인한 꼴이 되어 가중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적으로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운전자의 부주의를 스스로 입증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1천만원 보험 vs 수천만원 합의금…'민식이법'의 벽


이번 사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명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다. 신선우 변호사는 "이 경우 법정형이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 벌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이 수술을 받고 ‘성장판 문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합의는 처벌 수위를 낮출 사실상 유일한 열쇠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피해자 측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A씨의 운전자보험 증권을 요구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의 형사 합의금 한도는 1,000만 원.


이에 대해 서아람 변호사는 "민식법 사고에서 수술을 요하는 정도의 상해라면 통상적으로 수천만 원 단위의 합의금이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현실적인 합의금과의 격차를 암시했다. 심성훈 변호사 또한 "A씨의 바람과는 달리, 피해 아동의 보호자가 1000만원에 합의ㆍ처벌불원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과거 전력에 증거인멸 의혹까지…첩첩산중 악재


A씨를 옥죄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불과 2~3년 전, 신호위반 사고로 승객에게 12주 전치 진단이 나오는 중상해를 입힌 전력이 있었다. 이희범 변호사는 "2019년 12주 전치 사고 전력은 양형에서 불리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재판부가 상습적인 부주의함을 엄중히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피해자 측은 A씨가 사고 후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는 것을 보고 ‘증거인멸 시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장안 변호사는 A씨가 경찰과 조합에 블랙박스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근거로 "현재는 A씨가 경찰·조합에 블랙박스를 제출했다고 하므로, 그 사실은 '인멸 시도' 주장에 대한 중요한 반박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다만 최종 평가는 구체 사실로 갈립니다)"라고 조언했다. 법적으로 증거인멸이 성립하긴 어려워도, 이미 상대방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 셈이다.


실형이냐, 벌금형이냐…생업 걸린 택시기사의 운명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 여부가 A씨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과거 전력과 불리한 진술까지 더해져 실형 선고도 배제할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반면,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다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선처를 받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허동진 변호사는 보험 한도와 별개로 “형사 공탁 제도를 활용해 합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 진심 어린 반성의 태도로 합의에 임하는 것만이 생업인 택시 운전대를 계속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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