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신고했더니 1400만원대 소송…'자기야' 불렀던 게 죄인가요?
준강간 신고했더니 1400만원대 소송…'자기야' 불렀던 게 죄인가요?
경찰 불송치 후 가해자의 역공…성범죄 피해자, 민·형사 동시 대응 전략은

게임에서 만난 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A씨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140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게임에서 만난 친구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A씨. 그러나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고,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된 B씨가 A씨에게 1400만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건 당일 B씨와 각방을 쓰기로 하고 숙소를 잡았지만, 술에 취해 잠든 사이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범행을 부인하던 B씨는 "실수했다"며 사과까지 했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태도를 바꿨다.
평소 장난으로 '자기야'라고 부른 것, 신고 전 합의 의사를 물어본 것까지 약점으로 잡혀 공격당하는 상황. A씨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실수했다" 사과하던 가해자, 돌연 1400만원대 소송
A씨는 게임에서 알게 된 B씨를 자신의 지역에서 처음 만났다. 타지에서 온 B씨를 위해 A씨는 방이 2개인 숙소를 예약했고, 각자 방에서 자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A씨가 술을 마시고 잠든 사이, B씨는 A씨의 방에 들어와 성행위를 했다. 잠에서 깬 A씨가 밀쳐내며 거부했지만, 다시 잠들자 B씨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A씨가 완강히 저항하며 화를 내자 B씨는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사과했다.
A씨는 B씨에게 합의 의사를 물었지만 거절당하자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A씨가 검찰에 이의신청을 해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자 B씨는 A씨의 신고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변호사 비용 400만 원대와 위자료 1000만 원 등 총 1400만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자기야' 호칭·합의 제안, 법적 효력 있나
B씨는 A씨가 평소 '자기야'라는 호칭을 썼고, 신고 전 합의를 제안한 점을 들어 A씨의 신고가 돈을 목적으로 한 허위 신고라고 주장한다. 변호사들은 이런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평소 친밀감과 사건 당일 성행위에 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친근한 호칭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동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고 전 합의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법률사무소 길 길기범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 전 가해자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거나 합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상 성범죄 피해자의 합의 요구가 '공갈'이나 '무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잠든 사이 시작됐다면 준강간…'CCTV 정상 보행'은 반박 가능
B씨는 A씨가 범행 당시 자신을 밀쳐냈고, CCTV에 정상적으로 걷는 모습이 찍혔다며 A씨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준강간죄의 핵심은 '행위 개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준강간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성행위가 시작되었다면 이미 성립한다"며 "잠에서 깨어 거절하고 밀쳐낸 행위는 범죄 성립 후의 거부 의사이므로, 상대방의 혐의를 벗겨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CCTV 영상에 대해서도 길기범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는 이른바 '비틀거리지 않는 만취자'를 인정한다"며 "겉보기 행동만으로 수면 상태를 재단할 수 없으며, 숙소 내부에서 잠들었던 정황이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B씨가 "실수한 것 같다"고 사과한 발언은 자신의 범죄 행위를 스스로 인정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봤다.
형사 기소 이끌어내야 민사 소송도 방어…"재판 멈춰달라" 요청부터
변호사들은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A씨에게 일관된 전략을 주문했다. 현재로선 검찰의 재수사 단계에서 B씨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 김대희 변호사는 "검찰에서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고 기소로 방향을 튼다면, 민사사건도 충분히 방어 가능하다"고 말했다.
B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형사 사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민사 재판부에 형사 절차 진행을 이유로 재판 기일 정지를 신청하고, 형사 기소 판결을 이끌어내어 민사 청구 기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략을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민사소송 답변서와 형사 이의제기 보충의견서의 논리가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