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더 줄게, 양육비는 그만'…이혼합의서, 뒤집을 수 있나
'재산 더 줄게, 양육비는 그만'…이혼합의서, 뒤집을 수 있나
전처보다 7천만원 더 받았지만…법조계 "자녀의 복리가 우선"

이혼 시 재산을 더 받는 대신 양육비 포기를 합의했어도, 이는 부모 간 합의일 뿐이어서 자녀를 위한 양육비 청구가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협의 이혼 당시 전처보다 7천만 원의 재산을 더 받는 대신 양육비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던 한 아버지.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늘어나는 지출에 결국 법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법조계는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더라도 '자녀의 권리'인 양육비는 사정이 바뀌었다면 다시 청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혼 당시의 재산분할 조건이 양육비 액수를 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산 1억 받는 조건 '양육비 포기'…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이혼 과정에서 전처와 하나의 '거래'를 했다. A씨가 1억 원, 전처가 3천만 원의 재산을 나누는 대신, A씨는 두 아이의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재 A씨의 월급은 약 500만 원, 전처는 240만 원가량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2살, 9살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혼자 키우다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A씨는 "생각보다 지출이 있어서 다시 양육비를 청구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며 뒤늦은 고민을 털어놨다.
법조계 "합의서보다 자녀의 삶이 우선"…'양육비 변경 심판' 가능
변호사들은 A씨가 양육비를 다시 청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혼 당시 양육비 포기 각서를 썼더라도, 이는 부모 간의 합의일 뿐 자녀의 생존권까지 포기시킬 수는 없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선(Suhn Law Group)의 장혜진 변호사는 "가정법원이 재판 또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해진 양육비 부담 내용이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당하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면서 "종전 양육비 부담이 ‘부당’한지 여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들의 성장, 물가 상승 등 '사정 변경'이 있다면 언제든 법원에 '양육비 변경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재산분할'…법원, 감액 사유로 참작할 것
다만 A씨가 재산을 더 많이 받은 사실은 법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처 측에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대가로 재산을 양보했다고 주장하며 양육비 지급이 부당하거나 대폭 감액되어야 한다고 맞설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재산분할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양육비를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일반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재산 중 어느 정도만큼 재산분할이 이루어지지 않은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정향의 오주하 변호사 역시 "A씨가 재산분할을 상대방보다 많이 받게 된 것이 양육비청구를 포기하였기 때문이라면, 이러한 사정은 양육비 산정에 있어 고려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얼마?…최소 월 50만 원, 10년이면 수천만 원
변호사들은 재산분할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A씨가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무법인 심(心)의 심규덕 변호사는 "예상 양육비는 두 자녀 합계 월 50만~70만원 정도로 예상됩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의담의 박상우 변호사도 "말씀하신 내용을 보았을 때, 아버지(양육자)가 어머니에게 청구할 수 있는 양육비는 월 약 50만원 이상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전망했다.
액수는 소송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조기현 변호사는 "아이 둘이 모두 성인이 될 때까지는 향후 10년 이상이 남았고, 그렇게 되면 한해에 600만원 이상, 중간에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수천만원의 양육비를 더 받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변호사 조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시길 권합니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