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조기 퇴근하다 교통사고… 공단은 "산재 불승인", 법원은 "산재 맞다"
폭염에 조기 퇴근하다 교통사고… 공단은 "산재 불승인", 법원은 "산재 맞다"
근로복지공단 "통상적 퇴근 아냐" 거부
재판부 "타일 작업 특성상 출퇴근 자율성 인정"

폭염으로 조기 퇴근하던 일용직 타일 노동자의 교통사고도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셔터스톡
가마솥 폭염에 조기 퇴근하다 당한 교통사고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25년 4월 17일,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일용직 타일 노동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형식적인 근로계약서 내용보다, 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타일 노동자의 실질적인 업무 자율성을 법원이 폭넓게 인정한 결과다.
폭염 속 반나절 작업, 귀갓길에 덮친 사고
사건은 2023년 8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설 현장 타일 작업자인 A씨는 이날 오전 7시경 출근했지만, 기록적인 폭염으로 도저히 작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오전 작업만 마친 뒤 귀갓길에 올랐고, 갑천 도시고속도로 부근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설상가상으로 뒤따르던 버스가 A씨 차량을 추돌하면서 A씨는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 중상을 입었다.
A씨는 "폭염 탓에 당일 작업이 불가능해 조기 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며 공단에 요양급여(산재 노동자가 병원 치료를 받을 때 지급되는 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이 내민 근거는 "CCTV도, 보고도, 허락도 없었다"
하지만 공단은 "통상적인 퇴근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불승인했다. 공단의 구체적인 거부 사유는 4가지다.
① 조기 퇴근에 관한 CCTV 등 객관적 자료가 없고 ② 현장 관리자에게 보고된 내역이 없으며 ③ 근무 자율성을 승낙한 사실도 없고 ④ 다른 팀들은 정상 근무 후 퇴근했다는 것이다.
근로계약서상 A씨의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30분으로 적혀 있었고, '무단 조퇴'는 계약 해지 사유로 예시돼 있었다.
법원이 뒤집은 근로시간의 정의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서류상 계약 문언보다 실제 현장의 업무 관행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타일 작업자의 월급은 작업량에 따라 산출되므로 통상적인 형태의 근로와 달리 정해진 근로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 관리자에게 출퇴근 보고를 하지 않았고, 퇴근 시간 역시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동료들의 일관된 법정 증언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원청 회사 측 역시 일용직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근로시간에 관하여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이 부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의 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