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서 청소하자"…장애인 성폭행 혐의 80대, 징역 4년에서 무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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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청소하자"…장애인 성폭행 혐의 80대, 징역 4년에서 무죄로

2022. 11. 23 18:25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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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3급 피해자 5차례 성폭행한 혐의

1심 징역 4년 → 2심 무죄 → 대법에서 확정

대법 "피해자 성적 자기결정권이 절대적 기준 아냐"

지적장애 성폭력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장애가 심하지 않은 상태라고, 가해자에게 '장애인 준강간죄'를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인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연합뉴스

지적장애가 있는 성폭력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정도가 아니어도, 가해자에게 '장애인 준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피고인 남성이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23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81)씨의 상고심에서 원심(2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2월 지적장애 3급인 B씨를 5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무료급식소에서 알게 된 B씨에게 "우리 집에 가서 청소 좀 하자"며 집으로 데려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이후 A씨는 B씨에게 음식이나 현금 1만~3만원을 줬다.


이 일로 A씨는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준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해당 혐의는 신체 또는 정신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혹은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했을 경우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제6조). 형법상 일반 강간죄(3년 이상 유기징역)보다 무겁게 처벌된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를 유인해 성관계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B씨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B씨에게 그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었다고 해도, A씨 본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무죄로 뒤집힌 2심⋯"피해자,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 못할 정도 지적장애 아냐"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사건 당시 B씨가 지적장애로 인해 의사소통 능력이나 일상생활에서의 판단력 등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B씨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에 대해 저항 또는 거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A씨도 B씨가 이러한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우선 재판부는 ''정신적인 장애는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것을 넘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해자 B씨는 지적장애인 3급으로 등록됐지만, 이는 지능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는 B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B씨가 장애로 인해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A씨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에는 B씨가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결혼과 임신 등 혼인생활을 통한 성생활을 했으며 △싫어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거부 표현을 하는 점 등도 고려됐다.


대법, 무죄 확정 ⋯다만 "성적 자기결정권이 절대적 기준 아냐"

대법원 판단도 무죄였다. 다만 정신적 장애와 그로 인한 항거 불능 상태에 대한 원심(2심) 해석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에서 '신체적·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곤란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곤란 상태에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장애가 주원인이 돼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A씨·B씨)의 평소 관계를 볼 때, B씨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처벌법상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로 제한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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