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이 시키면 해야지" 후임병에 물 뿌리고 아이돌 춤 강요⋯지긋지긋한 군대 가혹행위
"선임이 시키면 해야지" 후임병에 물 뿌리고 아이돌 춤 강요⋯지긋지긋한 군대 가혹행위
20대 후임병 상대로 도 넘은 강제추행
가혹행위 일삼은 선임병들 '징역형 집행유예'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체력 단련하는 장병들 모습. /연합뉴스
군 부대 안에서 20대 후임병을 상대로 엽기적인 강제추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은 선임병 2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세빈)는 군인등강제추행, 위력행사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4월 17일 밝혔다.
법원은 이들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피고인 A씨와 B씨는 국방부 국군지휘통신사령부에서 피해자 C씨(20)의 선임병으로 근무하다 전역한 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24년 7월부터 8월까지 한 달여간 후임병인 C씨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공구 동원한 엽기적 강제추행에 아이돌 춤 강요까지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의 가혹행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사무용 가위로 피해자의 앞머리와 옆머리를 마음대로 자르거나, 샤워장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은 뒤 30분간 찬물을 뿌리기도 했다.
밤샘 당직 근무를 마치고 자려는 피해자의 침상에 올라가 뛰고, 얼굴에 손전등을 비추며 잠을 방해했다.
심지어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15~20분 동안 춤을 추게 강요하며, 힘들다는 피해자에게 "선임이 시키면 해야 되는 거야"라고 압박했다.
도를 넘은 강제추행도 이어졌다. UTP 커터(통신선 절단 공구)나 통화시험용 송수화기 집게, 옷걸이, 볼펜, 선로 포설용 낚시대 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찌르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수차례 공모하거나 단독으로 저질렀다.
법원 "죄질 무겁다"면서도 집행유예 선고한 까닭은
재판부는 "군대 내에서 상하관계를 악용하여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군기를 문란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죄질이 불량함에도 이들이 교도소행을 피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