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고 그냥 가버렸어요"...주차장서 발 밟고 '나몰라라' 뺑소니, 처벌될까?
"욕하고 그냥 가버렸어요"...주차장서 발 밟고 '나몰라라' 뺑소니, 처벌될까?
전문가들 "사고 후 욕설·도주는 고의성 입증 핵심 증거...CCTV·목격자 확보가 관건"

주차 공간을 빠져나가던 차량이 A씨의 발등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지만, 운전자는 모욕적인 언사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발 위로 타이어가..." 항의하자 욕설·도주, '몰랐다'는 운전자 처벌은?
왜 밟고 가냐고 소리쳤지만, 운전자는 욕설을 내뱉으며 라디오 볼륨만 키운 채 사라졌다. 주차장에서 차에 발을 밟힌 A씨가 겪은 황당한 사건이다. A씨의 새하얀 신발 위로, 검은 타이어 자국이 낙인처럼 찍혔다.
사건은 며칠 전 한 주차장에서 벌어졌다. 주차 공간을 빠져나가던 차량이 A씨의 발등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고통을 호소하며 신호 대기 중인 차로 다가가 항의했지만, 운전자는 사과 대신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현장을 떠났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운전자는 "사고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뺑소니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말 몰랐을까?...법은 '운전자의 주장'보다 '객관적 정황'을 본다
운전자의 주장처럼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뺑소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아니오'라고 답합니다. 뺑소니의 핵심은 운전자가 사고 사실을 '알았음에도'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운전자가 피해자를 인지했거나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구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면 뺑소니"라고 설명했다. 즉, 운전자의 주관적 주장보다 객관적 정황이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동인의 이철호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은 가해자의 주장만 믿는 것이 아니라, 주변 CCTV, 차량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등 모든 증거를 종합해 고의성을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욕설'이 '고의'의 증거가 될 때...결정적 스모킹건
특히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사고 직후 항의했는데도 운전자가 보인 '욕설과 도주'는 뺑소니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 사고를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강력한 정황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사고 직후 피해자가 직접 찾아가 항의했음에도 오히려 욕설을 하고 현장을 이탈한 점은, 사고를 명백히 인지하고도 고의로 도주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도 "피해자의 항의에 욕설로 대응하며 도주한 정황은 사고 인지 가능성을 극도로 높이는 요소"라며 운전자의 '몰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억울함 풀려면 '증거'가 우선...형사 책임과 별개
전문가들은 A씨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객관적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발에 남은 타이어 자국 사진, 병원 진단서, 친구의 목격자 진술서, 현장 CCTV 영상 등을 빠짐없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의 반응(욕설, 음악 소리) 역시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가해자가 제안한 보험 처리는 형사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다. 굿앤굿 법률사무소 최희원 변호사는 "뺑소니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비, 일실수익(부상으로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 위자료 등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패 뒤에 숨으려 하지만, 법의 심판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도주치상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법원은 사고 정황, 특히 피해자 항의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 등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한순간의 외면과 거짓말이 더 큰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법원은 여러 판결을 통해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