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당한 뒤 '욱'해서 상대방 차 사이드미러 접었다…피해자에서 가해자 될까?
보복운전 당한 뒤 '욱'해서 상대방 차 사이드미러 접었다…피해자에서 가해자 될까?
오토바이 운전자, 보복운전 항의 중 상대 차량 사이드미러 접어 '전전긍긍'…법률 전문가들 "사건의 본질은 보복운전, 그러나 진술 전략이 중요"

보복운전 피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상대 차량 사이드미러를 접었다가 가해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보복운전 피해자의 '욱'한 행동, 사이드미러 접었다가 '가해자' 될 위기
죽음의 위협을 느낀 직후였다. 아찔한 보복운전에서 겨우 벗어난 오토바이 운전자 A씨의 심장은 아직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항의하려 해도 굳게 닫힌 차창. 끓어오르는 분노에 그는 상대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손으로 '툭' 접었다.
바로 그 순간, A씨는 깨달았다. 이 행동 하나로 자신이 '명백한 피해자'에서 '애매한 가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과연 그의 행동은 정당한 항의일까, 아니면 또 다른 범죄의 시작일까. 이 불안감에 휩싸인 A씨는 결국 법률 전문가들에게 다급하게 자문을 구했다.
"다시 펴면 그만" vs "운전 방해"…'손괴'의 경계를 가르는 법조계 시선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사이드미러를 접은 행위가 형사 처벌로 이어질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제 파손이 없다면 재물손괴죄(타인의 재물을 손상시켜 그 효용을 해하는 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사이드 미러를 단순히 접은 것만으로는 재물손괴로 보기 어려우며 경미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 역시 "사이드미러는 다시 펴면 되고, 단순히 접은 것만으로 효용을 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혐의를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손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운전자의 운전을 방해한 점에서 상대방이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적절한 행동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순간의 감정적 대응이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공격 아닌 소통 시도였다"…경찰 조사, 진술 하나에 운명이 바뀐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진술 태도가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자신이 보복운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사이드미러를 접은 행위의 '의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상대방의 보복운전으로 인해 위협을 느꼈고, 이에 대한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창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음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이드미러를 접은 행동은 위협이나 보복 의도가 아니라 단순히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도 "사이드미러를 접은 행위는 상대방의 보복운전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에서 대화를 시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거들었다. 즉, 공격이 아닌 소통 시도였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복운전 합의금 깎으려는 상대방의 '역공 카드'가 되다
사이드미러를 접은 행위는 합의 과정에서 A씨에게 불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보복운전이라는 중범죄에 비하면 경미하지만, 상대방이 이를 빌미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합의금을 깎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캡틴법률사무소의 박상호 변호사는 "사이드 미러를 접는 행위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될 수는 있으나, 이는 상대방의 보복운전 수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이를 근거로 기물손괴나 폭력적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미러를 접은 것이 차량에 손상을 입히지 않았고 강한 충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내 영상은 없고 상대 영상만 있다면…피해자는 순식간에 가해자로
이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객관적 증거'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상대방의 보복운전 행위에 대한 증거(블랙박스 영상 등)가 없고, 오히려 A씨가 한 행동이 상대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촬영되어 있다면 A씨가 불리한 상황에 놓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씨의 억울함을 입증할 영상은 없고, A씨가 사이드미러를 접는 영상만 있다면 순식간에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의 문장으로 모인다. "도로 위에서는 억울해도 감정이 법을 이길 수 없다."
보복운전에 맞선 순간의 항의가 오히려 자신의 목을 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