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참을 수 없었다”...연인이 된 후에도 첫날밤 강간 고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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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서 참을 수 없었다”...연인이 된 후에도 첫날밤 강간 고소 가능할까

2026. 06. 23 16:2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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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는 거부 녹음 있지만... '피해 후 교제' 딜레마에 엇갈린 법조계 시선

첫 만남에 준강간 피해를 본 후 가해자와 연인 관계가 된 여성이 고소를 고민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그가 키스하고 있었어요. 싫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소용없었죠.” 첫 만남에 끔찍한 일을 겪고도 가해자와 연인이 되고 임신까지 한 여성. 뒤늦게나마 첫날의 성관계를 준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핵심 증거는 '예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남성의 발언이 담긴 통화 녹음. 하지만 '피해 후 교제'라는 이례적 상황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유죄 가능성과 현실적 어려움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렸다.


“싫다고 했는데...” 비극으로 시작된 첫 만남


악몽은 전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에서 시작됐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후 만취한 A씨는 그가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차에 올랐다. 술기운에 깊은 잠에 빠졌던 A씨가 눈을 떴을 때, 그는 A씨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A씨는 “하기 싫다”고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그는 “괜찮다”, “예뻐서 어쩔 수 없었다”며 옷을 벗기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불가능했던 A씨는 속수무책이었다.


사건 이후 A씨는 관계 정리를 요구했지만, 애매한 태도를 보이던 남성과 연락을 이어 가다 결국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여러 차례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으며 임신까지 하게 됐다.


“연인 됐는데도 고소 가능?”…핵심 증거는 ‘통화 녹음’


시간이 흘러 전 남자친구와 다른 형사 사건으로 얽히게 된 A씨는 문득 첫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 연인으로 지냈다는 사실이 첫날의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성범죄는 매번 일어난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며 “나중에 동의하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과거에 있었던 강제적인 성관계가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즉, 첫 번째 성관계만을 분리해 고소하는 것은 법적으로 완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A씨가 가진 통화 녹음 파일은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증거’로 꼽혔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의뢰인님이 ‘하기 싫다’고 거부한 사실과 가해자가 ‘예뻐서 어쩔 수 없었다’며 강제성을 자백한 통화 녹음은 법원에서 혐의를 입증할 최고 수준의 핵심 증거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피해 후 교제’, 유죄와 무죄 가를 최대 쟁점


하지만 법적 가능성과 현실의 벽은 달랐다. 전문가들은 ‘피해 이후에 교제를 지속한 점’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유한) 안팍 오정석 변호사는 “법원은 피해 직후 가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경우, 고소 동기를 엄격하게 살피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방은 ‘처음부터 합의였다’고 다툴 때 이 점을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의 변명에 맞서 A씨가 당시 왜 즉시 신고하지 못했는지, 어떤 심리적 압박 속에서 관계를 이어가게 되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일부 변호사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어렵다”며 “최근 동일한 사안에서 항소심, 대법원까지 갔는데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비동의 간음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처벌법 자체가 없다”고 현실적 한계를 짚었다. 고소를 부추기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덧붙였다.


고소 전략, 다른 사건과 연계해 신중해야


결론적으로 고소 자체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처벌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A씨가 이미 전 남자친구와 다른 형사 사건으로 얽혀 있는 만큼, 고소 시점과 방식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이미 진행 중인 형사 사건과 이 고소가 병합·연계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략적 시점과 방식을 신중히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A씨의 손에 들린 ‘통화 녹음’이라는 칼날을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 그의 법적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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