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한 고소, 없던 일로 해주세요”... 마음대로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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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한 고소, 없던 일로 해주세요”... 마음대로 안 되는 이유

2025. 12. 18 11:1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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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취하를 둘러싼 법적 딜레마,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면 수사는 계속된다. 섣부른 취하는 ‘무고죄’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홧김에 한 고소는 쉽게 취하할 수 없다. 모욕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는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가 계속될 수 있다./쳇 지피티 생성 이미지

“고소 취하하면 끝? 천만의 말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에 변호사들 ‘경고등’


홧김에 던진 고소장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상대방의 맞고소 예고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한 학생은 “너무 힘들어 고소를 취하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수사기관으로부터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분노가 후회로 바뀐 순간, 왜 고소는 마음대로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는 것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답변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소 취하 ≠ 사건 종결”…열쇠는 ‘범죄의 성격’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범죄의 성격’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든 고소가 취하와 동시에 사건 종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년차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고소 취하가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사건 자체가 취하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안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의 고소는 단지 수사를 시작하는 ‘단서’일 뿐, 국가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계속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즉, 고소인의 의사가 사건의 운명을 결정짓는 ‘열쇠’가 되는 범죄는 따로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친고죄(親告罪)’와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에 해당한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범죄(예: 모욕죄)이며,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예: 단순 폭행, 명예훼손)다. 이 경우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사기, 횡령, 상해 등 대부분의 범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IBS법률사무소 유진명 변호사는 “이러한 범죄들은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가 공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고소인의 취하 의사는 법적 효력은 없으며, 단지 가해자의 양형(형벌의 정도)을 정할 때 참고 자료로만 활용될 뿐이다.


“섣부른 취하, ‘무고죄’ 역풍 맞을 수도”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학생의 고소에 상대방이 ‘맞고소’로 응수하면서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고소를 취하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법률사무소 명량의 명현준 변호사는 “이미 조사를 마친 상황이라면, 고소인이 불리한 진술을 남겼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무고(허위 사실로 고소)’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하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소 내용이 허위로 밝혀지면, 고소인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고소를 취하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아 무고죄로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최근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무고 사건 인지수사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무고죄에 대한 엄벌주의 경향을 경고했다. 감정적인 대응이 자칫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뒤바뀌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강…취하 전 전문가 상담은 필수”


한번 취하한 고소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도 신중해야 할 이유다.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라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같은 사안으로 다시 고소할 수 없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는 “고소를 한번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고, 내가 고소를 취소한다고 상대방이 맞고소를 취하해 줄지도 의문인 상황”이라며 “즉흥적인 결정보다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인다. 고소 취하는 단순히 서류 한 장을 제출하는 행위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법적 결과를 낳는 중대한 결정이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일수록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내가 고소한 죄명은 무엇인지, 수사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상대방과 합의할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법률 전문가와 함께 꼼꼼히 따져본 뒤 행동에 나서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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