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파악 안 되제?" 아자르 캡처 협박 20대, 실형 면한 결정적 이유
"상황 파악 안 되제?" 아자르 캡처 협박 20대, 실형 면한 결정적 이유
대구지법,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20대 남성에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선고
"죄질 불량하나 초범·공탁 참작"

영상통화 캡처 사진으로 300만 원을 요구하며 협박한 남성이 초범이고 피해자 앞으로 200만 원을 공탁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여성과 영상통화를 하던 중 나체 사진을 몰래 캡처하고,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인 점과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은 면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시작된 채팅이 순식간에 악질적인 범죄로 돌변한 이번 사건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만남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사법부가 이러한 촬영물 이용 협박 범죄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니 사진 뿌릴까 그냥"... 캡처 사진 들이밀며 300만 원 요구
사건의 발단은 2023년 5월 말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고인 A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아자르'를 통해 피해자 B씨(여, 26세)를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지만, A씨는 통화 도중 B씨의 나체 모습을 몰래 캡처해 저장해두고 있었다.
범행은 그로부터 약 보름 뒤인 6월 15일에 발생했다. A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B씨에게 보관해 두었던 나체 사진을 전송했다. 그리고는 "돈 보낼 준비 해라. 상황 파악 안 되제 지금. 니 사진 뿌릴까 그냥"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단순한 말뿐이 아니었다. 그는 불상의 사이트 주소까지 함께 전송하며,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해당 사이트에 사진을 유포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A씨가 요구한 금액은 300만 원이었다. 그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겁박하고, 이를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려 했다. 피해자 B씨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으나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A씨의 범행은 미수에 그치게 되었다.
법원 "죄질 불량하지만 기회 준다"... 200만 원 공탁이 결정타?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등이용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죄질을 엄중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전송한 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수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택한 배경에는 '형사 공탁'과 '초범'이라는 요소가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하여 200만 원을 공탁했으며,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결국 A씨는 300만 원을 뜯어내려다 실패하고, 도리어 200만 원을 공탁금으로 내놓은 뒤 전과자 신세가 되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동시에, 실제 피해 회복 노력(공탁)이 양형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라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