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교류 없던 아버지, 사망 9개월 뒤 '빚더미' 예감…물려받지 않을 방법 있을까?
10년 교류 없던 아버지, 사망 9개월 뒤 '빚더미' 예감…물려받지 않을 방법 있을까?
기초생활수급자였던 부친, 상속포기 기간 놓쳤는데…고모가 통장 돈 빼간 정황도

부친 사망 후 상속 포기 기간을 놓쳤더라도,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구제가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은 약 10년 전 이혼했고, 그 후 A씨는 아버지와 거의 왕래 없이 지냈다. 아버지는 혼자 월세방에 살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했다.
애초에 재산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 상속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A씨. 그러나 최근 인터넷을 통해 상속받을 빚이 더 많을 경우 이를 피하려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상속재산 조회를 신청했지만, 왠지 모르게 채무가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이미 9개월이 지난 지금, A씨는 아버지의 빚더미를 떠안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아버지 사망 9개월…상속포기 기간 놓쳤다면
A씨는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상속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상속인은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는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모든 재산과 빚을 물려받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A씨의 경우 이 3개월의 기간이 이미 훌쩍 지났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길이 아직 남아 있다고 봤다. 이는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했다가 뒤늦게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는 제도다.
'빚더미 사실 안 날'부터 3개월…소원했던 관계가 핵심 증거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특별한정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언제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와 그 사실을 몰랐던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인터넷 검색으로 채무가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 시점이 아니라, 실제 상속재산 조회 결과나 채권자의 소장 등을 통해 빚의 존재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날부터 3개월의 기간이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단순히 인터넷 상속조회를 신청한 시점이 아니라 실제 조회 결과로 채무의 존재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시점부터 기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결과가 나오는 즉시 신속하게 신고를 준비해야 기간 도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역시 "단순히 인터넷 검색으로 우려를 인지한 시점이 아니라, 실제 상속재산 조회 결과 등을 통해 채무 초과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고 밝혔다.
A씨가 약 10년간 아버지와 거의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재산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점 등은 채무 사실을 몰랐던 데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사정으로 꼽힌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는 "약 10년 전 이혼 후 아버님과 왕래가 거의 없었고 명절에만 잠깐 뵙는 관계였다는 점, 주소지가 달라 독촉장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채무 사실을 몰랐던 데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유리한 사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고모가 아버지 통장서 돈 빼갔다면? 특별한정승인에 문제없나
A씨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다. 생전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던 고모가 아버지 사후 통장에 남은 돈을 인출했을 가능성이다. 만약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간주되면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상속인이 아닌 제3자가 상속인의 관여 없이 돈을 인출한 것은 특별한정승인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홍현필 법률사무소의 홍현필 변호사는 "상속인이 아닌 제3자인 고모가 고인의 예금을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상속인인 상담자의 처분행위가 아니다"라며 "상담자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동의한 적도 없다면 특별한정승인 자격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법무법인 한설 이민재 변호사는 인출금의 성격이나 용처, 혹은 인출 과정에서 상속인들의 묵인이나 위임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실무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테헤란 양진하 변호사는 왕래가 거의 없었다는 사정은 중대한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특별한 정승인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는 채무 확인 시점과 재산 처분 여부가 핵심이므로 추측으로 진술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