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하고 자자" 5년 키운 딸의 녹취록, 아버지의 운명은
"팔베개하고 자자" 5년 키운 딸의 녹취록, 아버지의 운명은
이성교제 막다 아동학대 피소…'훈육' 주장 속 법조계 "표현만으로도 매우 위험"

중학생 딸의 이성교제를 막던 아버지가 '같이 자자'는 발언으로 아동 성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 AI 생성 이미지
5년간 홀로 두 자녀를 키워온 아버지가 중학생 딸의 이성교제를 막다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렸다.
딸이 제출한 녹취록 속 "같이 자자"는 발언이 결정적 증거로 떠오른 가운데, 아버지는 "생활지도 차원이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성적 의도가 없었어도 표현 자체만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형사 처벌과 양육권 상실이라는 벼랑 끝에 선 아버지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같이 자야 한다"…5년 양육한 아버지, 한순간에 '성학대' 피의자로
이혼 후 약 5년간 두 자녀를 홀로 키워온 A씨의 평온한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최근 중학교 3학년 딸의 이성교제, 잦은 외출과 외박, 휴대폰 사용 문제를 두고 크게 다툰 것이 화근이었다.
딸은 A씨를 아동학대, 특히 성적 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A씨의 전 배우자는 친권 및 양육권자 변경과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를 가장 옥죄는 것은 딸이 제출한 녹취 자료다. 여기에는 A씨가 딸에게 "같이 자야 한다", "팔베개하고 자자", "같은 공간에서 자는 것이 약속이다"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딸의 외출과 외박을 막고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아이들의 학원, 병원, 미용실 등 생활 전반을 챙겨왔던 그에게 성적 학대 혐의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법조계 '만장일치' 경고, "주관적 해명만으론 방어 불충분"
A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법률 전문가들은 녹취된 발언의 위험성을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특히 중3 자녀에게 '같이 자야 한다', '팔베개하고 자자' 라는 표현은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과 별개로, 수사기관이 정서적·성적 경계 침해 여부를 의심할 수 있는 문구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 유한 엘케이비평산) 역시 "법원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보다 피해 아동이 느끼는 성적 수치심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관적 해명만으로는 방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특히 '같이 자야 한다', '팔베개하고 자자' 같은 표현은 실제 성적 의도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민감하게 볼 가능성이 있어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법적 판단의 무게추가 행위자의 '의도'가 아닌 피해 아동의 '감정'과 '객관적 상황'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 배우자의 '인터뷰식 녹취', 증거 신빙성 다툴 수 있나
A씨가 희망을 걸어볼 만한 지점도 있다. 문제의 녹취 자료 중 상당수가 A씨의 전 배우자가 자녀와 문답을 주고받는 '인터뷰 형식'이라는 점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녹취 중 다수가 상대방(전 배우자로 추정)과 아이가 문답하는 인터뷰 형식이고, 상대방이 특정 표현을 먼저 제시하거나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술이 형성된 경우라면, 이는 진술의 임의성 및 신빙성 탄핵 사유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성준 변호사(법무법인 에스엘)도 "아이 단독 진술이 적고, 상대방이 문답하며 특정 표현을 확인·강조하는 형태라면, 질문 설계(선행정보 제공, 선택지 강요, 반복질문), 편집 가능성, 질문자 영향으로 진술이 형성·강화될 위험을 신빙성 다툼 포인트로 삼을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녹취 과정에서 전 배우자의 유도 질문이 있었고, 이로 인해 딸의 진술이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법정에서 다퉈볼 수 있다는 의미다.
5년의 양육 기록, 형사·양육권 방어의 '핵심 열쇠'
A씨가 현재 준비 중인 5년간의 양육 자료는 이번 사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전문가들은 이 자료가 형사사건과 친권·양육권 분쟁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광희 변호사는 "5년간의 실질 양육자료는 양육권 사건에서는 매우 의미가 크며, 형사사건에서도 평소 양육태도와 관계를 보여주는 정상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김무룡 변호사(법무법인 해답) 역시 "5년간의 양육자료는 학대 정황을 반박하는 동시에 친권·양육권 사건에서 양육 적격성을 증명하는 핵심 증거로 기능합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학교, 학원, 병원 등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사실은 A씨가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해왔다는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현재 사건은 형사·가사 사건이 동시에 움직이는 유형이라 초기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라며 두 사건이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