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해 전치 9주인데, "기억 다르다"며 무고죄 수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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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해 전치 9주인데, "기억 다르다"며 무고죄 수사라니

2026. 03. 26 09:4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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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수술받고 두 번 더 남았는데…법조계 "기억 착오는 범죄 아냐"

집단 폭행과 추가 폭행으로 전치 9주 중상을 입은 남성이 기억 착오로 인한 진술 차이를 이유로 '무고죄' 혐의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두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이를 오인한 행인에게 추가 폭행까지 당해 전치 9주 중상을 입은 남성. 이미 두 차례 수술을 마쳤고 두 번의 수술을 더 앞둔 그에게 경찰은 '무고죄'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시작했다.


술과 충격으로 뒤엉킨 기억 속에서 폭행 방식을 일부 다르게 진술했다는 이유다. 법조계는 "폭행이라는 핵심 사실이 존재하고 허위의 고의가 없다면 무고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악몽의 그날, 피해자는 어째서 가해자가 되었나


사건은 끔찍했다. A씨는 두 명의 남성에게 멱살을 잡힌 채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등 수분간 폭행을 당했다. 간신히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10미터도 못 가 상황을 오해한 행인에게 발로 차여 넘어지는 2차 폭행을 당했다.


이 행인은 쓰러진 A씨 위에 올라타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경찰이 도착했음에도 A씨의 상체를 들어올려 아스팔트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손과 손목에 전치 9주의 중상을 입고 두 곳의 수술을 받았으며, 앞으로 두 번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건 초기, 가해자들이 목격자로 둔갑하면서 A씨는 졸지에 가해자로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A씨는 고소장에서 당시 상황을 "저에게 발을 걸어 공중에서 잡고 내동댕이쳐서 손목이 심하게 다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적었다. 실제 CCTV에는 '발로 차서 넘어뜨린 뒤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진술의 차이가 빌미가 되어 A씨는 무고 혐의로 조사받는 기막힌 신세가 된 것이다. A씨는 "무고 송치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조계 "기억의 착오일 뿐…무고의 '고의' 없어"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무고죄 성립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무고죄는 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신고해야 성립하는 고의범이기 때문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무고죄는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을 고의로 신고해야 성립하며, 기억에 반하는 착오나 사실관계의 일부 과장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즉, 폭행과 상해라는 핵심적 사실이 존재하는 한, 세부적인 묘사의 착오만으로는 무고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기억이 왜곡된 채 진술했고, 실제로 폭행과 상해 자체는 분명 존재합니다. 즉 '사건 자체를 꾸며낸 것'이 아니라 경위나 방식이 일부 다르게 기억된 것에 가깝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병욱 법률사무소의 전병욱 변호사 역시 "핵심은 폭행 피해 사실 자체가 CCTV로도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넘어뜨렸는지'의 세부 방법이 다른 것은 사건을 꾸며낸 것이 아니라 기억의 착오에 불과합니다"라고 강조하며,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쌍방폭행' 프레임 벗어나 '정당방위' 입증해야


한편 A씨가 상대방에게 '주먹을 두세 번 정도 휘두른' 점은 쌍방폭행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 사건의 본질을 달리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묵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명확히 짚었다. "오히려 이 사건의 핵심은 ①다수에 의한 공동폭행 여부, ②최초 공격이 누구인지, ③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방어행위인지 여기에 있습니다."


A씨가 수 분간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다가 저항한 점, 상대방(전치 3주)과 A씨(전치 9주)의 상해 정도가 현격히 차이 나는 점 등은 A씨의 행위가 서로 공격할 의사가 있었던 쌍방폭행이 아닌, 부당한 침해에 맞선 정당방위에 해당할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법조계의 조언은 A씨가 무고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본인이 입은 중상해 피해에 대한 정당한 법적 책임을 가해자들에게 묻는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분석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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