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카드로 3만원 썼는데 합의금 500만원?…'가해자 직업'이 가른 몸값
분실카드로 3만원 썼는데 합의금 500만원?…'가해자 직업'이 가른 몸값
피해액의 수십 배 '잭팟' 터지기도…초범·소액 범죄 합의금의 모든 것

분실카드 부정사용 초범 사건의 경우, 합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가해자의 상황'이라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 AI 생성 이미지
잃어버린 카드로 누군가 3만원을 썼다. 경찰에 잡힌 범인은 초범. 당신이라면 합의금으로 얼마를 요구하겠는가? 피해액은 소액이지만, 가해자의 상황에 따라 합의금은 수십 배까지 뛸 수 있다.
A씨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분실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드 사용 알림이 울렸다. 한 카페에서 1만 3000원, 불과 4분 뒤 같은 장소에서 1만 5000원이 추가로 결제됐다. 즉시 카드사에 분실 신고를 마쳤지만, 이틀 뒤 범인은 또다시 1만 6000원가량을 결제하려다 실패했다.
결국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이었다. 이제 A씨 앞에는 '합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놓였다. 피해 금액은 소액이지만, 가해자의 '초범'이라는 딱지가 합의금 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3만원 도난, 합의금 '시세'는 10배 이상?
가장 큰 궁금증은 합의금의 적정 수준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금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통상적인 '시세'는 존재한다. 타인의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피해 금액이 적은 편이므로 통상적으로 30만 원에서 50만 원 수준의 합의금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피해액의 3배에서 5배 정도가 일반적"이라며 10만~20만 원 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 역시 "대략 50만 원 안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합의금 '잭팟'의 조건…가해자가 공무원일 때
합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설적으로 '가해자의 상황'이다. 만약 가해자가 벌금형이라도 선고받을 경우 직업을 잃거나, 취업에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 처지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전과를 남기면 안 되는 사유가 존재한다면 소액의 범죄 피해라고 하더라도 고액의 합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공무원이거나, 사내 징계 규정이 엄격한 대기업 재직자, 혹은 특정 자격증 취득을 앞둔 경우라면 수백만 원, 그 이상의 합의금을 주고서라도 형사 처벌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정찬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직업이 공무원 등이라면 합의금의 액수는 커진다"고 덧붙였다.
합의 거부하면 가해자는 '빨간 줄' 각오해야
만약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면 가해자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소액의 벌금형'을 예상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합의가 결렬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소액 벌금형 처벌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벌금형 역시 명백한 전과, 즉 '빨간 줄'이 남는 형사 처벌이라는 점이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를 통해 '전과자'라는 낙인을 피하고 싶은 동기가 클 수밖에 없다.
과도한 요구는 '독'…합의 거부 부를 수도
다만 피해자가 지나치게 높은 합의금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지나치게 과도한 금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할 경우 상대방이 처벌(벌금형)을 감수하고 합의를 거부할 수도 있다"며 적정한 수준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피해 회복과 가해자 처벌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피해자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진 셈이다. 가해자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현실적인 보상과 정의 구현의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